"콘텐츠 자율규제 한계, 행정으로 보완해야"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세미나 개최

인터넷입력 :2017/12/13 18:32

온라인 콘텐츠 업계의 자율 규제 참여를 확대하고 자율규제기구의 중개자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단법인 오픈넷,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 한국만화가협회는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신재산센터에서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웹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등 온라인 콘텐츠의 자율 규제 현황과 개선책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자들은 자율규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산업 위축, 국내외 역차별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완적 행정 조치를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콘텐츠 자율규제 참여 부족…공동 기준 만들어야"

각 자율규제단체는 현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기술 발전 대응이나 규제 수준 강화 등 해결책을 밝혔다.

KISO는 현행 자율규제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KISO 권은중 사무처장은 자율규제의 한계로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 KISO에 대한 인식 부족, 기술 변화 속도와 규제 변경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권 사무처장은 현 KISO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IT 분야의 자율 규제 공동 기준을 마련하고, 신규 기술·서비스에 대한 연구 강화, 자율규제기관의 대외 협력 강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근영 박사(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겸 GUCC 자율규제평가위원회 위원)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한계에 대해 "중소업체는 부담 때문에, 해외 기업은 따라야 할 이유를 못 느껴 자율 규제를 잘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해외 모바일 게임의 경우 준수율이 3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겸 웹툰자율규제위원장은 "웹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자율규제"라면서도 "콘텐츠의 선정성·폭력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웹툰에도 방송 콘텐츠처럼 12세, 15세 이용가 등급을 표시할 계획"이라며 "별도 로그인은 요구하지 않고, 방송처럼 콘텐츠에 이용가 등급을 띄우는 형태로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율규제, 이용자 신뢰 못 받아…보완적 행정규제 필요"

세미나에 따르면 현재 업계가 실시하는 자율규제는 현행 문제를 근절하지 못해 정치·사회적으로 불만이 촉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영기 박사는 "게입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10월까지 가이드라인 준수율이 71.2%로, 업체들의 '자율'이라는 말에 사회에서는 납득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정치권까지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자율규제에 대해 재논의해볼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KISO 측도 자율규제에 실질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KISO 나현수 팀장은 "KISO, GUCC, 웹툰자율규제위원회 모두 사업자 자율규제인데, 실제 정책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자율규제를 성실히 이행한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사실상 없고, 또 제대로 자율규제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 제재수단도 적거나 거의 없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자율규제기구의 법적 한계를 언급했다. 방심위 방송통신심의기획팀 김영선 차장은 "KISO의 초기 취지가 유지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공적 규제 중심인 현행법 상 자율규제 기구와 공적 규제가 협업하지 않으면 시너지가 아닌 규제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심위와 자율규제기관과 소통·협력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하고, 또 여전히 적은 자율규제 기구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며 "자율규제단체가 활성화돼 사회 안정망이 구축되면 공적 규제가 강화돼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규제만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신중한 행정 규제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그간 도입된 게임 산업 규제의 경우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등장했다는 인상이 짙다"며 "산업 위축, 국내외 기업 역차별을 부르는 성급한 공적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자율규제를 보완하는 성격의 행정규제 도입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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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 변호사는 미국·독일 등에서도 콘텐츠 규제를 공공·민간 차원에서 병행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독일에서는 법적 규제기관인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민간 자율기관이 유기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규제적 자율 규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며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도 중요하지만 한국도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독일의 모델을 참고해 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혜선 교수는 "정부와 특정 단체나 조직을 중재하는 자율규제기관의 역할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업체 등 다양한 영역을 평등하게 중개할 수 있다는 특성을 살려 공공성을 중시하는 운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