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플랫폼 스팀, 왜 비트코인 거부했나

널뛰는 가격 등 이유…"나중에 다시 고민"

컴퓨팅입력 :2017/12/07 16:16    수정: 2017/12/07 16:2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계적인 게임 플랫폼 스팀은 왜 비트코인을 받지 않겠다고 했을까?

밸브가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 스팀이 6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더 이상 결제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밸브는 최근 배틀 그라운드가 인기를 누리면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진 게임 플랫폼이다.

스팀은 지난 4월부터 암호화폐인 비트코인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 왔다.

(사진=스팀)

그런데 밸브는 왜 8개월만에 비트코인을 그만받기로 한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너무 높은 수수료.

둘째.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는 가격.

두 가지 이유 모두 최근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폭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 "비트코인 가격 폭등하면서 수수료도 함께 증가"

지난 4월 스팀이 처음 비트코인을 받을 당시 거래 가격은 450달러 내외였다. 하지만 지금은 1만2천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8개월 만에 30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런 가격 변동은 곧바로 비트코인 수수료 폭등으로 이어졌다. 수수료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특정 블록체인과 연결할 때 발생하게 된다.

4월엔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가 0.20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0달러 수준까지 늘어났다.

수수료가 치솟다보니 블록체인으로 게임을 구매할 경우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은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 네트워크에 참여해 타인의 거래를 중개하거나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는 데 필요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면 해당 화폐 일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사진=Pixaba

이 대목에서 밸브의 고민이 시작됐다. 블록체인 연결 비용은 자신들의 통제 범위 밖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워낙 빠르게 등락하기 때문에 거래 중에도 온갖 변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밸브 측은 “거래 시작 시점과 완료 시점 사이에도 (게임 구매를 위해) 필요한 비트코인 양이 엄청나게 변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거래 도중에 요금 추가-환불 사례 빈발"

이 부분에 대해 스팀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어떤 이용자가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게임 가격으로 x 비트코인을 송금하게 된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접속 수수료 y 비트코인을 더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스팀에서 게임을 거래하는 게 금방 끝나는 건 아니란 점이다. 여기에다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에도 수 십번 폭등과 폭락을 거듭한다.

거래 시작할 시점에 책정됐던 가격이 불과 한 두 시간 만에 확 달라질 수도 있단 얘기다. 실제로 최근엔 24시간 만에 1천 달러가 폭등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재빨리 환불해주거나, 추가로 더 결제할 것을 요구해야만 한다. 이런 과정 역시 게임 플랫폼 운영업체에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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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는 이날 “더 이상 블록체인을 거래수단으로 인정할 수 없게 됐다”면서 “블록체인이 우리와 스팀 커뮤니티에 적합한 수단인지에 대해선 추후에 다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인기 게임 플랫폼 스팀의 이번 결정은 최근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많은 기존 업체들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들어 블록체인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