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자율규제, 실효성 놓고 찬반 격론

"규제 필요한 시점" vs "규제 강화 답 아냐"

인터넷입력 :2017/12/06 20:46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와, 그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공적 기관의 협력을 통해 선정적·폭력적 콘텐츠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지, 콘텐츠 생산자·이용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의 자율 규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 발대식 및 인터넷 개인방송 자율규제 방안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공식 출범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건전한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고 공동의 노력을 진행하기 위해 정부·사업자·학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로, 현재 총 19개 기관으로 구성됐다. 앞으로도 사업자 등 관련 기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세미나는 고용진 의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세미나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자율 규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의 발제, 토론으로 진행됐다.

세미나에서는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와 공적 규제가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현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규제 도입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수 나왔다. 토론자들은 규제가 실제 인터넷 방송이 지닌 선정성·폭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효성을 갖는지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방송, 자율규제·공적 규제 필요한 시점"

세미나에서는 이날 출범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비롯해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의 자율 규제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인터넷 방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율 규제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조사관은 "오늘 발족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실제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이 적극 논의할 수 있는 공동 자율규제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며 "논의가 진행되다 보면 영세한 사업자에게는 대형 사업자에 발 맞춰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할 수 있는데,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자율규제를 잘 수행한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자율 규제를 정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 공적 규제 기구와의 협의하는 등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보다 강한 공적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봤다.

이 대표는 "윤리 교육 등을 수반하는 BJ 인증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직접 인터넷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성인방송의 비중과 심각성이 상당하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정경오 변호사는 "현재의 인터넷 방송은 불법은 아니지만, 방치할 수는 없는 경계선에 놓여 있는 것 같다"면서 "사업자들이 '방송'이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방송의 규제는 기피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신산업인만큼 처음부터 강력한 공적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 등의 방식이 적합할 것"이라며 "사업자 규제 뿐 아니라 BJ 대상 규제도 접근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인터넷 방송, 규제 강화 답 아냐…역차별 고려해야"

인터넷 방송 사업자에 대한 자율 규제 필요성이 강조된 가운데, 반대로 규제 도입에 신중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의 반박도 이어졌다.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김현경 교수는 단편적인 공적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상의 폭력성, 선정성 관련 문제는 가정과 문화, 사회 차원의 문제도 다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적 규제 하나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특히 최근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간 'ICT 뉴노멀법'의 경우 부가통신사업자에 상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는 현실적·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고, 표현의 자유나 통신 비밀보호에도 심각한 제한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MCN협회 유진희 사무국장은 사업자 규제와 콘텐츠 규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무국장은 "규제 논의에 앞서 광고나 IP 비즈니스 등 산업적 영역과 콘텐츠 내용, 즉 문화적 영역을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인터넷 방송의 문제로 늘 선정적·폭력적인 콘텐츠가 대두되는데,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콘텐츠 창작자나 이용자들도 논의에 참여해야 하ㅈ만 현재까지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주원 김진욱 변호사는 인터넷 방송 서비스 규제가 방송통신사업자보다 강력한 규제를 받을 경우 규제 체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는 인허가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송통신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라며 "가장 강한 규제를 받는 방송통신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사에도 수익 한도를 두자는 논의가 나오지 않는데, 가장 규제가 가벼워야 할 부가통신사업자에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산업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 규제 논의의 시발점은 규제 권한이 미치지 않는 해외 사업자의 자정을 위한 것"이라면서 "인터넷 방송 BJ 후원금의 상한을 줄인다고 하면 후원금 수수료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사업자들이 사업을 접거나, 해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서버를 둬 국내 규제를 탈피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심의·규제 기관의 존재가 우습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TV "일 후원금 상한 100만원, 매출 영향 보고 수용"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아프리카TV 정찬용 부사장은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 논의에 앞서 해당 산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 가치를 해치지 않는 규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부사장은 "아프리카TV 등이 포함된 소셜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게 권장되고, 어떤 점을 억제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 논의를 본 적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 미디어 산업은 필수적으로 콘텐츠 산업과 맞물리게 되는데, 그 생산 주체가 일반인이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사회적 가치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대안 마련이 중요하고, 또 BJ 뿐 아니라 시청자 문화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TV 정찬용 부사장이 인터넷 방송의 자율 규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정찬용 부사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회자된 BJ 후원금 상한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아프리카TV가 현재 일 후원금 상한선인 약 3천만원을 100만원 정도로 하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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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사장은 "자사 이용자 700만명 중 고액을 지출하는 비중은 3%, 24만명 정도"라며 "후원금 상한을 하루 3천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여도 매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되면 방통위 측에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BJ 후원금에 따르는 수수료가 자사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기업으로서 선뜻 제재를 수용하기도 쉽지 않은 입장이라는 점을 알아달라"며 "일 100만원으로 후원금 상한을 두더라도 한 달로 따져보면 3천만원을 후원할 수 있게 되는 건데, 이는 규제 기관에서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인지 함께 협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