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항복…아일랜드서 세금 16조원 낸다

EU 압박에 굴복…"내년 상반기까지 징수"

홈&모바일입력 :2017/12/05 10:59    수정: 2017/12/05 17:0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결국 애플이 유럽연합(EU)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

아일랜드가 이르면 내년초부터 애플에 130억 유로 (약 16조7천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과 아일랜드는 세금 징수와 관련한 애스크로펀드 운영에 합의했다. 애스크로펀드는 상거래 등에서 거래가 종료될 때까지 제3자에게 자금을 보관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로선 일단 애스크로펀드에 세금을 납부하지만, 여전히 유럽재판소에 제기한 소송을 통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결정을 뒤집겠다는 의지는 거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파스차이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에스크로펀드 계좌를 누가 운영하며, 새롭게 거둬들인 자금은 누가 관리할 지 등에 대한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애플로부터 세금을 받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도노호 장관은 그 시기가 내년 1분기 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이로써 1년 4개월 동안 계속된 애플 세금 공방은 사실상 EU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 "낮은 법인세율+헤드오피스 이전 통해 사실상 탈세"

이번 공방은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세금 특혜를 준 부분에 대해 EU가 문제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EU는 아일랜드 정부와 애플 모두를 제소하면서 초강수를 뒀다.

첫 압박은 지난 해 8월 나왔다.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 측에 덜 받아낸 세금을 마저 거둬들이라라는 명령을 발령한 것.

당시 EU가 문제삼은 건 크게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아일랜드가 애플에 파격적인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합법적인 절세를 도와줬다는 점이다.

일단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12.5%로 유럽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독일(29.27%), 프랑스(33.3%) 같은 국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별다른 공업 시설이 없는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을 무기로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그런데 아일랜드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아일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애플에 특혜를 줬는지 설명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자료. (사진=EC)

아일랜드가 애플 법인으로 신고되는 수익 중 상당부분을 ‘헤드오피스’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헤드오피스는 어떤 국가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과세 대상이 아닌 셈이다.

애플은 이런 방식으로 유럽에서 올린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사실상 탈세했다는 게 EC의 주장이다. 아일랜드 정부 역시 이런 과정을 알면서도 묵인해줬다는 것이다.

EU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 해 조사에서 구체적인 수치도 공개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애플이 유럽에서 올린 이익에 대해 연간세율을 0.005%~1%만 적용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2011년 유럽에서 160억 유로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중 과세 대상은 5천만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돈을 ‘헤드오피스’ 수익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EC는 당시 아일랜드 측에 2017년 1월3일까지 애플로부터 정당한 세금을 전부 되돌려받으라고 명령했다.

EC는 올 들어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지난 10월 아일랜드 정부를 유럽 법원에 제소했다. 결국 이런 압박에 굴복해 아일랜드와 애플이 세금 추가 징수에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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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전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UPI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세금 납부 관련 발표 직후 "우리는 여전히 유럽재판소에서 EC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