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긴급재난문자’ 못 받으셨나요?

일부 이용자 불만…SMS와 다른 전송방식

방송/통신입력 :2017/11/16 17:41    수정: 2017/11/16 22:18

"재난 문자를 왜 못 받았을까?"

15일 포항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신속하게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되면서 달라진 정부의 대응 태세에 칭찬이 쏟아졌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는 실제 건물의 떨림을 느끼기 전에 재난문자를 받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 일부 휴대폰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변에서 재난문자 경고음이 울릴 때 정작 자신의 휴대폰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일부 단말 이용자들이 긴급재난문자(CBS)를 수신하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이 문제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재난문자를 수신하지 못한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특정 단말기나 스마트폰 운영체제(OS)나 가입자의 이용 기간통신망을 가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불특정 일부 이용자에 일어난 현상이다.

■ 문자메시지 긴급알림설정 여부에 따른 가능성 적다

전화 통화가 한 번에 안 걸리거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곧바로 보내지지 않는다면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거나 재발송 이모티콘을 클릭하면 다시 전송된다. 하지만 재난문자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고, 어떻게 발송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 불특정 소수의 아쉬운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재난문자 전송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몇가지 경우의 수를 점치고 있다.

통신업계 내부에서는 무엇보다 재난문자 발송 방식을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문자 메시지 수신 설정이나 3세대(G) 통신 서비스에서 통신사 별 문자메시지 수신 규격 등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로 거론되는 이유와는 다른 이야기다.

스마트폰의 경우 문자메시지 앱 내에서 긴급알림설정 여부는 큰 관계가 없다. 사실상 긴급재난문자 수신을 받지 않는 경우로 직접 설정하지 않는 이상 포항 지진 재난 문자는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공장 초기화 상태에서는 재난문자를 받는 쪽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3G 통신을 이용하는 휴대폰 이용자가 재난문자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많지는 않다. 3G 통신의 문자메시지 규격은 통신사 별로 다르다. 때문에 행정안전부의 긴급재난문자 시스템 연동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나오지만, 실제 이용자 불만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 일시적 단방향 메시지 송출 시스템의 차이

통신업계에서 꼽는 재난문자 수신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은 일반 문자메시지와 발송 방식이 다른 점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SMS(단문메시지)나 MMS(장문메시지)나 일반적인 문자메시지서비스의 경우 발신이 이뤄지면 통신사의 코어 서버를 거친 뒤 기지국에서 발신자의 휴대폰에 수신이 이뤄질 때까지 리다이렉팅이 이뤄진다”면서 “반면 긴급재난문자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시스템에서 전달된 신호를 이통사 기지국에서 일괄적으로 송출하는 브로드캐스팅 방식으로 발신된다”고 설명했다.

A 가입자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B 가입자의 휴대폰에 전달될 때까지 기지국이 쉼 없이(리다이렉팅, re-directing)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원을 꺼둔 휴대폰을 다시 켜면 그동안 수신하지 못했던 문자메시지가 순서대로 들어온다. 휴대폰 전원이 켜져 통신 서비스에 다시 가입자의 단말이 연결되면 기지국 단에서 그동안 수신하지 못한 문자메시지 신호를 순차적으로 발송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긴급재난문자는 라디오 방송과 전파 신호의 전달 방식이 닮아 있다. 이를 두고 일괄적으로 전파를 전달하는 브로드캐스팅 방식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AM 또는 FM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 전파를 타고 방송을 청취할 때 음영지역에 잠시 들어가면 그 당시의 방송은 되돌릴 수 없다. 휴배폰 문자메시지 서비스의 리다이렉팅 송출과 달리 그 순간을 놓치면 당시 방송을 들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카카오톡과 같은 SNS의 메시지 전송 방식과는 또 다르다. SNS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 가입자의 휴대폰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서버에 저장이 된다. 이후 상대 이용자가 서버에 접속하면 해당 메시지가 전달된다. 카카오톡의 경우 상대가 서버에 접속해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숫자 ‘1’이 지워지는 식이다.

즉, 행안부의 시스템에서 전송된 재난문자 메시지를 이통사 기지국에서 일괄적으로 전파하는 해당 시점에 가입자의 휴대폰이 해당 전파를 받지 못하면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 개선 여지 남긴 긴급재난문자는 진화 중

통신사와 제조사가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기지국 커버리지 안에 가입자의 휴대폰이 있었다면 누구나 긴급재난문자를 받아볼 수 있어야 했다.

몇 가지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통신 서비스나 단말기가 가진 내제적인 문제점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이유로 기지국과 단말의 연결이 이뤄지지 않아 재난문자가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 기지국과 다른 기지국 커버리지 변동 구간을 넘어갈 때 이를 핸드오버라고 한다. 핸드오버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돼 양쪽 기지국의 신호를 모두 받지 못했을 수 있다. 이동중이거나 여러 기지국 커버리지에 중첩된 가입자의 경우 실제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또는 행안부의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스템이 특정 모바일 앱 서비스와 충돌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나온다. 특정 앱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바일 앱이 활용하는 단말기 내 메모리(RAM)나 다른 자원을 끌어다쓰면서 복잡한 연산체계를 갖춘 스마트폰에서 문제가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버전과 단말기 제조사 별로 다른 펌웨어 업데이트 시기, 이용자의 펌웨어 업데이트 수용 여부 등 안드로이드 펌웨어 버전에 따른 문제의 가능성도 꼽힌다.

결국 정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실제 적용한 브로드캐스팅 방식의 긴급재난문자 발송에도 지속적인 개선 필요성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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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행안부와 기상청으로 이원화된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기상청으로 통합하고, P파(종파)와 S파(횡파)의 특성을 고려한 점은 충분히 개선된 점으로 꼽힌다. 또 전통 미디어 매체가 아닌 뉴미디어에 속하는 스마트폰이 재난 정보를 알리는데 돋보였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긴급재난문자 개념을 상용 서비스에 도입할 시도조차 못할 수도 있지만, 통신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은 한국에서 재난문자 미수신을 두고 눈높이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