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대교체 인사' 마지막 한 수 장고

미전실 해체 후 변수 많아...이번주 후반께 예상

디지털경제입력 :2017/11/13 17:20    수정: 2017/11/13 18:06

삼성전자가 세대교체 인사의 마지막 한 수를 남겨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3개 사업부문장(CEO) 교체에 이어 이달 2일 50대 사장단 등용까지 끝낸 삼성전자가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를 놓고 열흘 넘게 고민 중이다.

서둘러 인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경영 쇄신 체제를 하루빨리 안정화해야 할 당위성을 감안할 때 꽤 이례적인 일로 비춰진다.

13일 삼성 안팎에서는 후속 임원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유를 잘 알수 없지만, 이로 인한 업무 진행이 잘 안된다"는 목소리부터 "이전엔 그룹에서 (인사를)총괄해 결정했지만, 현재는 각 전자계열사 인사팀 간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는 다양한 의견이 전해진다.

삼성 서초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중에서도 이번 임원 인사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와중에 실시되는 첫 인사인 만큼 애당초 과거처럼 사장단 인사 이후 사나흘 안에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 와병과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혼란으로 지난 2~3년 동안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했던 만큼 그 후유증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과 과거 그룹 인사를 주도해 온 옛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사장 등이 모두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때를 놓친 인력의 배치와 조직 서열 등 판단하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다.

또 '세대 교체', '60대 퇴진 룰'이라는 이번 인사 키워드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데 논의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조직이 미래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도 대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 현 사업조직은 디바이스솔루션(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3대 부문으로 나뉜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반도체-휴대폰-가전이라는 부품과 세트제품을 상호 견인해 전 방위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오랜 사업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미 10년 이상 이 같은 구조 속에 사람과 조직이, 그리고 일과 문화가 경쟁하고 움직였다.

그러나 미래에 세상을 바꿀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5G 등 융합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산업 간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에 제조-양산 중심의 삼성전자가 한 단계 점프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사업 구조와 조직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부 각론도 적지 않다. 미래 사업을 위한 조직의 롤과 역할 분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트부문의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 리서치(Samsung Research)'로 확대 재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대교체 인사를 촉발시킨 권오현 부회장은 이달 초 창립48주년 기념행사에서 "어쩌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뛰어 넘는 과감한 도전과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후속 임원 인사가 이번주 후반으로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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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권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만 60세가 넘은 CEO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고 50대 사업부문장과 사장단이 전진 배치되는 세대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56.2세다.

또 향후 전자 계열사간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할 '사업지원 TF'가 신설되면서 정현호 전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은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