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EO] 볼레디 "반려견 운동과 간식을 한 번에"

박승곤 대표 “조건반사 원리에 IT 기술 결합”

중기/벤처입력 :2017/11/10 14:12

반려견이 공을 물어다 기기에 넣으면 사료가 나온다. 잠시 뒤 기기가 공을 던져주자 반려견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던져진 공을 넣을 때마다 나오는 사료와 열중하는 반려견의 모습. 놀이부터 운동, 급식이 원스톱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원리와 각종IT 기술이 스며들어 있다.

이 기기의 이름은 '볼레디'다. 요즘 애견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인기 아이템으로 꼽힌다. 동명의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박승곤 대표(52)가 제작했고, 지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발명특허대전금상을 받았다.

"단순히 사료 주는 기기가 아닙니다. 비만은 물론, 반려견이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분리불안과 스트레스까지 확 줄여주죠. 날아간 공을 물어오면서 자신의 영역을 가졌다는 충족감도 느끼게 됩니다. 사료의 양이나 공의 이동 거리는 몇 단계로 조정 가능합니다."

'자동 급식기'와 공을 던져주는 '슈팅 기기'라는 아이템이 새롭지는 않다. 각자의 시장에서 오랜 기간 자리 잡아왔다. 다만, 두 아이템을 합친 사례는 볼레디가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스타트업 업계의 유망주 혹은 강자 소리를 듣는 이유다.

박승곤 볼레디 대표.

회사 문은 지난 2013년 열었지만 약 2년은 연구개발에만 몰두했다. 자문을 얻고자 수의사, 반려견 훈련사를 수시로 찾아 다녔다. 초기에는 사료통 위치를 잘못 설정, 반려견이 앞발로 열어버리는 등 실패 사례도 쌓였다. 완제품을 내놓고 발명특허대전금상을 받기까지의 우여곡절은 요약이 어려울 정도로 길다. 무언가 새로운 발명품으로 파장을 일으키겠다는 의지가 연구의 동력이었다.

물론, 본인의 전문 기술도 큰 힘이 됐다. 박 대표는 대기업의 자동차 전기전자 제어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여기에 반려견 심리에 대한 공부를 얹고 온라인 인프라를 활용,유의미한 전력을 갖춰온 셈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1월 출시한 볼레디는 최근까지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NS와 방송 등에서 이슈가 됐고, 엔젤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매출 중심은 온라인인 가운데 전국 오프라인 매장 구축 계획이 가시권이다. '카페24'로 운영 중인 홈페이지의 고객 유입 증가세도 가파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글로벌 진출이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한 달 간 판매해본 결과 수천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후 국내에 집중했으나 글로벌 수요 발생 조짐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터키에서 주문이 들어왔고,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미국, 일본 바이어들의 관심이 크다고.

"대형 전시회에 볼레디를 올려 본 결과가 만족스럽습니다. 반려견이나 기기 전문가들의 평가가 매우 호의적이었죠. 선진국일수록 반려견 관련 지출에서 사료보다 용품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있어요. 볼레디의 잠재 수요가 선진국에 많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입니다."

박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개발 중인 신제품의 기능도 일부 공개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볼레디를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려견이 짖거나 산만해지면 볼레디가 감지, 주인의 스마트폰에 영상을 띄워준다. 주인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볼레디를 작동할 수 있다. 이 외에 자동배변처리장치나 웨어러블도 박 대표의 연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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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이외의 관심사를 물었더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꿈이라도 답했다. 창업자들이 빠르게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제 스스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다른 스타트업들의 고전 모습도 보아왔습니다. 회사를 어느 정도 성장 시킨 뒤에는 아이디어 가진 창업자들에게 힘이 되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맡아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