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맞서 싸우는 토종 OTT

[강소기업이 미래다㉑] 스트리밍 앱 최강 '푹TV'

중기/벤처입력 :2017/11/24 10:36    수정: 2019/01/10 13:53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강소(强小)기업'이 국가 경제 혁신의 주역이자 좋은 일자리 창출의 모범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강소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 탐방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㉑ 동영상 앱 매출 1위, 토종 OTT 푹(Pooq)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손바닥 안에서 TV를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스마트폰 앱의 형태로 동영상을 제공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동영상 앱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방송 산업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서비스를 뜻하는 OTT란 용어보다 기존 방송 콘텐츠의 유통 채널을 늘리는데 의미를 둔 N스크린이란 말이 더 많이 쓰여 국내에서는 한동안 OTT란 용어가 낯설었다.

모바일 환경 중심의 동영상 시청 행태 기반이 되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 속도는 훨씬 빨랐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OTT 서비스보다 경쟁은 한발 늦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영상 앱을 통한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은 전 세계적으로 구글의 유튜브가 독식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기존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어선 넷플릭스는 글로벌 OTT 대표주자 타이틀을 걸고 국내 시장까지 파고 들었다.

이런 시장에서 토종 OTT로 불리는 푹의 성과는 놀랍다.

푹은 올해 상반기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앱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월정액을 내고 보는 유료 이용자 수도 지난달 말 기준 60만명을 넘어섰다. 규모부터 다른 글로벌 회사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이루고 있는 성과다.

■ 핵심 전략은 연대와 개방 협력

푹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이다. 지난 2012년 지상파 방송사들이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유통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서비스 초기에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채널과 계열 케이블채널에 한정된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15년 6월 새로운 버전의 푹TV를 선보이면서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영화 등 메이저 콘텐츠 제공자(CP)와 파트너십을 넓혔다.

연대를 통한 콘텐츠 확보가 사업 성장의 전략으로 꼽힌 것이다.

덕분에 현재 푹TV는 70개 이상 실시간TV 채널과 방송 VOD 20만 편, 영화 7천 편 이상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VOD 제공 속도는 유독 뛰어난 편이다. 주요 방송 채널의 본방송 시작과 함께 다시보기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 역시 기술적인 연대를 넓힌 결과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들의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국내 방송 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사업자와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우선 법인 설립 첫해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스마트TV와 제휴해 TV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 크롬캐스트, 우노큐브 등 스마트 기기와도 제휴해 푹TV 앱을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방송에 그치지 않고 음원 서비스 벅스와 결합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B2B 서비스 푹존(pooq zone)은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PC방, 만화방, 도서관은 물론 병원, 미용실, 까페 등 콘텐츠 수요가 있는 매장들이 많아지고 있다. 푹존은 지난 8월 말 누적 1천 가맹점을 돌파했다.

푹TV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 이희주 본부장은 “유료서비스 정착이 어려운 국내 OTT 환경에서 시장을 혼자 독식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콘텐츠 홀더들의 강력한 연대를 바탕으로, 온라인 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미래 비전 : 한번이라도 써본 이용자를 늘려라

앱 서비스는 결국 이용자 수가 관건이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푹TV가 꺼내든 전략은 무료로 한번이라도 써보게 하는 식이다.

모바일 TV 시청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 파이를 넓히는 전략이다. 손해를 감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료 서비스가 결국 유료 성장으로 돌아온다는 계산이 서있다.

푹TV는 현재 유료 결제 없이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방송 VOD를 15일 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다. 무료체험 기간 중 유료이용권을 구매하면 추가로 첫 달 무료가 주어지고, 다음달에는 결제되는 액수만큼 영화를 볼 수 있는 코인으로 되돌려준다. 페이백 코인까지 이용한다면 최대 2.5개월 간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넷플릭스 역시 유료 결제자에 한해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주고 있는데, 푹TV가 더욱 공격적인 시장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푹TV는 최근 기본상품의 가격변경 없이 방송 VOD 10회 다운로드 권한까지 추가했다. 기기에 저장해두고 여행 중에도 데이터 부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7월에는 50여개 실시간 TV 채널을 무료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처럼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를 불러모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미래 성장 전략은 곧바로 통했다.

실시간 TV 무료제공 이후 푹TV 신규 가입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월간 순방문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총 시청시간도 월간 1천억 시간 수준에서 1천200억 시간 규모로 치솟았다.

월정액을 내는 유료이용자 수는 최근 60만 명을 돌파, 2014년 대비 3배 성장을 이뤄냈다.

■ OTT 시장 저변의 변곡점…김준환 대표 “수익보다 투자”

글로벌 회사들의 위협 속에서도 이용자를 늘리고, 관련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OTT 시장은 살얼음판 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격투기와 다르지 않다.

토종 OTT로서 괄목할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를 줄곧 듣고 있다. 그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당장 끊임 없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를 위해 투자해야 하고, 좋은 파트너들도 계속 발굴해야 한다. 최근 푹존 병원서비스를 본격화 하고 있고, 연말에는 지상파 UHD VOD 서비스도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인터페이스를 대폭 개편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 초에는 푹TV 3.0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준환 콘텐츠연합플랫폼 대표

김준환 콘텐츠연합플랫폼 대표는 “내년에는 월정액 유료가입자 100만명 목표를 조기에 돌파하고, 푹TV만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 올해 영화 ‘옥자’에 투자하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넷플릭스는 내년에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면서 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아직 유료 OTT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도 제한적이지만, 넷플릭스의 유의미한 성과가 이어진다면 국내 시장은 순식간에 해외 서비스들이 장악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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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OTT들의 서비스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준환 대표는 “지금은 국내 OTT 시장 저변 확대의 큰 전환시점이라는 판단 하에 수익 보전 보다는 공격적 투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면서 “푹TV는 차별화 된 서비스와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유통을 선보이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