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코빗 인수…블록체인 기술 탐냈나

현재로선 '단순투자' 유력…사업확대 고려했을 수도

인터넷입력 :2017/09/27 18:10    수정: 2017/09/27 18:27

손경호, 이도원 기자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단순 투자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만큼 이 회사가 가진 관련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다른 서비스에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27일 엔엑스씨(대표 김정주)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지분 65.19%를 912억5천만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코빗은 어떤 회사?

코빗은 2013년에 국내에선 개념조차 생소하던 비트코인 거래소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등장한 빗썸, 코인원 등과 함께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힌다. 코빗은 현재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리플 등 가상화폐를 취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듬 해인 2014년 3월 비트코인을 저장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지갑을 내놨다. 또 같은 해 6월엔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코빗페이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스위프트망 등을 사용하면서 내야하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면서 더 빠르게 국제송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이픈(hyphen.to)'을 내놨다.

코빗은 그동안 단순히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사고 파는 것을 넘어서 일상에서 결제나 송금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러한 기술을 보급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2014년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곡스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코빗은 이 때도 '비트트러스트'라는 비트코인 잔고증명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사용자들의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 지불할 여력이 된다는 점을 보장하면서 안전성 확보에도 힘썼다.

이 과정에서 코빗은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 판테라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를 652만달러(약74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 단순 투자 목적…블록체인 비전 무시 못해

그렇다면 엔엑스씨가 코빗을 인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아직은 단순 투자 이상 협업 방안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엔엑스씨는 유아용품 기업 스토케, 레고 중고거래 사이트 브릭링크, 인터넷 쇼핑기업 위메프 등과 같은 비게임사에 투자했다. 코빗 지분 인수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코빗이 국내 첫 가상화폐 거래소인 만큼 오랫동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거래를 위해 필요한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에 더해 이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인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내역은 공격자들이 함부로 위변조하지 못하며, 거래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해 이를 암호화폐 이외 각종 중요한 계약에 활용해보자는 취지로 등장한 것이 이더리움이다.

더구나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중앙서버나 중개기관 없이도 신뢰가 필요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기술을 당장 게임머니(넥슨캐시)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을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게임머니 역시 일종의 가상화폐로 수 십 년 전부터 통용돼왔고, 게임 아이템 등을 현금화할 수 있는 제3의 아이템 현금 거래소도 있어 블록체인과 기술 융합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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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넥슨 측은 "엔엑스씨가 가상화폐 산업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코빗에 투자했다. 그동안 가치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에 투자를 검토해왔다"면서 "넥슨이 당장 가상화폐 산업에 진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영석 코빗 대표는 "당장 큰 사업적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사업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