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첨단 자율주행 세단 '제네시스 G70'

EQ900 출시 때보다 차선 인식 정확도 높아져

카테크입력 :2017/09/21 07:48    수정: 2017/09/21 09:05

현대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요새 풀기 힘든 한가지 고민이 있다. 이 고민은 독일 세단 차량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사로 잡느냐는 것이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 이사는 20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G70 미디어 시승회에서 기자와 만나 “준중형 또는 중형 럭셔리 세단 시장을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의 고객 나이대가 고르게 분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는 메르세데스-벤츠 구매 희망고객을 데려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런 전략은 성공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G70에 대한 시승 요청 건수가 1만여건 이상에 이른다. G70이 제네시스 브랜드 대중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네시스 G70은 독일 경쟁 세단을 잠재울 수 있는 무기가 있다. 바로 첨단 사양이다. 카카오 기반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과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적용된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등이다.

지디넷코리아는 20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G70 시승을 진행했다. 시승 코스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경기도 포천까지 왕복하는 약 130km 코스다.

미디어 시승회에서 직접 시승한 제네시스 G70 (사진=지디넷코리아)

■"깜짝이야" 외칠 정도로 정교해진 HDA

제네시스는 G70 출시 때부터 자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패키지 이름을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에서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로 변경했다.

이름만 바꾼게 아니다. 버튼 디자인부터 전방 충돌 기능까지 높였다.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EQ900와 G80엔 각각 화살표 2개가 들어간 LKA(차선유지보조시스템) 버튼 디자인이 적용됐다. 화살표 2개 주변에는 차선 표시와 자동차가 형상화된 그림이 적용됐다. 자동차의 차선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표시로 그려진 것이다.

하지만, 2개 화살표는 G70 출시 때부터 사라졌다. 기존 LDA 디자인과 똑같이 차선과 자동차 그림만 새겨졌다. 어떻게 보면 G70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은 해당 차량에 LKA 기능이 빠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디자인만 바뀐 것 뿐이다. 기존 EQ900와 G80에 들어간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이 그대로 적용됐다. 물론 이 사양들은 평균 200만원 정도의 별도 옵션비용을 지불해야 장착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 점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제네시스 G70(사진 아래)의 LKA 버튼 디자인은 G80(사진 윗쪽)과 다르다. 화살표의 유무가 확실히 차이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올림픽대로를 거쳐 새로 개통된 구리-포천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HDA 기능을 써보기로 했다. 해당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100km/h이며, HDA는 차량 제한속도 설정 시 자동으로 작동된다. 이 기능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되기 때문에, 일반 60km/h 제한 도로나 80km/h 도시 고속화도로 등에서는 직접 사용할 수 없다. 일반 도로에서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LKA 조합으로 실행할 수 있다.

HDA가 실행된 G70는 터널 진입시 전혀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차선 중앙을 유지해나갔다. 차선 내에서 비틀거리는 것이 특징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LKA 조합과는 다른 느낌이다.

인상적인 것은 HDA 지속 가능 시간이다. 터널 내에서 스티어링 휠에 손을 떼고,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채 전방만 유지해봤다. 그러자 G70은 약 2분이 넘도록 '스티어링 휠을 잡으세요' 경고를 내보내지 않고 혼자 알아서 주행했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 안정적인 주행이 유지되면서 "깜짝이야"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됐다. 기존 EQ900, G80, 또는 기아차 스팅어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것이다.

HDA 시스템이 실행중인 제네시스 G70 실내 계기반 클러스터 (사진=지디넷코리아)
직접 제네시스 G70 스티어링 휠을 잡은 모습. D컷 스티어링 휠이 아니라 아쉽다. (사진=지디넷코리아)

HDA는 아직까지 미국 SAE 기준 3단계(전방을 주시하되, 특정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충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터널 통과 이후, 야외 주행 시 다시 HDA를 실행해보니 30초만에 '스티어링 휠을 잡으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아직 HDA가 어떤 구간에서 오랫동안 스스로 운행하는지에 대한 분석결과 발표는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G70가 형님격인 G80, EQ900보다 스스로 주행하는 능력을 더 키웠다는 점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선사할 수 있는 장점을 G70이 미리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제네시스는 향후에 차선변경 기능까지 적용한 HDA2 이상급의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예정이다. 테슬라보다 약 5년 정도 늦게 구축되는 기술이다.

주행 중인 제네시스 G70 (사진=지디넷코리아)

■주행 중에도 쉽게 쓸 수 있는 '음성인식'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G70 미디어 발표회에서 카카오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테스트 해본 적이 있다.

제네시스에서는 이 기술을 정확히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이라 부른다. 카카오의 데이터를 활용해 맛집, 주변 상업 시설등의 위치를 운전자에게 알려 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기술의 단계는 초기 수준이다. 원하는 목적지를 말할 때 무조건 "길 안내 000"이라고 말해야 한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음성비서처럼 대화하는 형식의 시스템도 아니다.

하지만 이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의 강점은 바로 인식 능력이다. 노면 소음이 들어올 수 있는 주행 환경에서도 운전자가 말한 내용을 인식할 수 있다. 주행 중 카카오 기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실행하는 모습은 아래 지디넷코리아 유튜브 채널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가 실행중인 제네시스 G70 실내. 카플레이가 실행될 때는 카카오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쓸 수 없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제네시스 G70, 성공할 수 있을까?

미디어 시승 행사에 동원된 차량은 3.3 가솔린 터보 차량으로, 최고출력 370마력(ps), 최대토크 52.0kgf.m의 힘을 발휘한다. 디젤 엔진만큼의 힘을 내뿜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이 인상적이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탑재돼 평소보다 더 민첩하고 안정적인 브레이크 성능을 느낄 수 있다.

HDA 기능을 테스트 해보고 나서, 변속기 아래 원형 토글 스위치를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가상 배기음과 실제 엔진음이 서로 섞여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살짝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민첩하게 나아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주행의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 도로 교통법을 준수하기 위해 런치 컨트롤과 제로백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4.7초대 제로백 차량의 주행 성능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제네시스 G70 주행 모습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G70은 전체적인 면에서 독일 세단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을 갖췄다. 경쟁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음성인식 시스템과 HDA 기능 등은 제네시스 G70 차별화 전략 구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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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의 또다른 성공 조건은 바로 애프터 서비스다. 제네시스는 G70에 자체 컨시어지 서비스인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가 다른 브랜드에서 느껴볼 수 없는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까지 이 서비스가 전 세계적인 이목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체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영상 : [제네시스 G70 시승] 경쾌한 가속, 안정적인 고속도로 주행지원시스템 갖춘 중형 럭셔리 세단을 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