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찬반 팽팽…”청소년 보호” vs ”실효성 없어”

현실적인 대안 마련 위해 과학적인 근거 기반 자료 필요

게임입력 :2017/09/14 18:19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또다시 팽팽히 맞붙었다.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발의 당시부터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게임산업 규제다. 청소년의 수면 보장을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이용자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강제적 셧다운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토론회에서도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찬성 의견과 "자율성을 규제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 맞섰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제윤경, 바른정당 김세연, 국민의당 김성식,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또 이용중 아이건강국민연대 대표,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삼석 마상소프트 대표, 강지명 한국 비폭력중재협회 교육위원회(NVC) 박사 등이 참석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토론이 진행됐다.

■ 청소년 자율성 규제…교육으로 해결

셧다운제 반대측은 청소년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역할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청소년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이 술, 담배,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주고 있어 폐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연 교수는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문화적 선태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게임의 산업적, 문화적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을 비롯해 국민을 국가가 관리하려는 통제로 보인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여성가족부와 보수 시민단체는 셧다운제가 실시되면 청소년의 게임 이용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하루 16~20분 정도가 줄어드는 것에 그쳤다며 큰 의미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강력한 규제보다는 교육과 설득이 더욱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뇌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하면 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왔으며 과도하지 않게 슈팅 게임을 플레이한 학생은 오히려 시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게임이 청소년의 건강을 해친다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강삼석 대표는 “청소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능력과 인지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강제적 규제인 셧다운제는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게임을 하지 못해 유해사이트를 돌아다니는 등 오히려 청소년을 범죄에 노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대표는 "게임이 4대 악으로 지목되면서 취업을 희망하는 인력이 줄어들고 투자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게임 업계가 많이 부진하고 있다"며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셧다운제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의 최소한의 규제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측은 이 법안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설명했다.

강지명 박사는 "게임 과몰입은 주로 가정이 해체되거나 부모 자식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해 타협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비행이 일어날 수 있는 가정에서 주로 이뤄진다"며 "청소년의 제어가 이뤄지지 않는 가정에서는 셧다운제가 유의미한 효과를 가진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만 게임이 해악이라는 시선은 문제가 있고 술담배 마약과 게임을 동등하게 두고 제재해서는 안된다”며 “셧다운제 대상이 되는 게임은 근본적으로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매체인 만큼 노래방처럼 이용시간을 제재해야 한다”며 현재 셧다운제 방식을 지지했다.

이용중 대표는 “게임으로 인해 청소년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급하게 먹고 생수가 아닌 가공 음료만 먹고 야외 활동을 하지 않아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셧다운제는 담배, 술, 마약처럼 청소년이 중독될 수 있는 게임을 제재해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과 청소년은 성장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한 학습을 해야 하고 어른은 이를 지원해야 한다”며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발달 과업을 달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거나 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경제적 손실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셧다운제를 지지했다.

셧다운제 토론회 주최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실질적인 청소년 보호 대책 마련 위해 정확한 통계 필요

이번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고려대학교 권헌영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찬반 양측이 정확한 사실과 통계보다는 감정과 의견에 치중한 발표가 많았다"며 "정확한 사실과 통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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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찬반 양측이 공통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실을 조사하고 과학적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통계를 마련한 후에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주최자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부터 시행됐지만 학부모 등 실제 법과 밀접한 사람을 만나보면 셧다운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오랫동안 사회적 토론이 있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게임 업계를 살리고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