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에서 ‘몰카’ 직접 찾아보니…

몰카 악용 소지 있는 초소형 카메라 검색 돼

인터넷입력 :2017/09/14 18:06    수정: 2017/09/14 18:13

“몰래카메라 범죄가 깨진 유리창처럼 더 창궐하기 전에 그걸 제지해야 될 시기가 됐다.”

“몰카 등 인권침해 영상물이 인터넷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과 협력해 지속 모니터링 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몰래카메라(몰카)를 이용한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시민사회 역시 보복성 동영상 유포 및 몰카 도둑 촬영 등 각종 디지털 폭력에 규제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몰카 판매 금지 법안’ 제정 청원까지 이뤄진 상태다.

몰카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 된 가운데, 그렇다면 국내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11번가 ‘몰카’ 금칙어 설정

기자는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 11번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총 6개 사이트들을 검색해 몰카로 악용될 수 있는 카메라를 직접 찾아봤다.

먼저 SK플래닛 11번가는 ‘몰카’, ‘몰래카메라’ 등의 단어를 금칙어로 설정해 놨다. 이 같은 조치는 6개 온라인 쇼핑몰 중 유일하다.

회사 측은 “여름철 몰카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최근 정부에서 몰카 대책 마련에 나서 몰카 관련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했다”면서 “사람이 직접 몰카로 의심되는 제품들을 내리거나 악의적인 판매자의 경우 영구 퇴출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단, 11번가도 초소형카메라로 검색하면 몰카로 악용될 수 있는 제품들이 다수 발견됐다.

■지마켓·옥션, 해외구매대행 통해 몰카 판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지마켓·옥션은 검색창에 몰카로 검색 시 몰카 탐지기 제품이 대부분 검색됐다.

단, 지마켓의 경우 해외구매대행 서비스인 이베이쇼핑 영역에 ‘Hidden Video’란 이름 등으로 몰카로 악용될 수 있는 제품이 표시됐다.

옥션도 이베이쇼핑을 통해 선글라스용 몰카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또 옥션의 초소형카메라 한 판매자는 안경형 몰카를 직접 판매할 수 없자, 안경형 몰카 이미지를 하단에 올려놓고 자사 판매 사이트로 유도하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해당 판매자는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판매 사이트 안내와 함께, 안경점에서 렌즈 교환 시 주의해야 하는 내용 등을 직접 설명해 주기도 했다.

결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를 막더라도 개별 사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몰카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쿠팡, 초소형카메라 검색…위메프·티몬은 없어

감시 사회에 대한 공포심을 보여준 영화 '더 서클'의 한 장면.

최근 안경형 몰카를 팔면서 ‘오늘의 추천’ 생활용품 카테고리 1위 제품으로 소개해 홍역을 치른 쿠팡도 몰카 단어를 검색 창에 넣으면 몰카 탐지기 제품이 떴다.

다만, 사이트 하단 ‘이 상품을 검색한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상품’에 몰카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보이는 초소형 카메라 제품이 제시됐다.

위메프는 몰카 검색 시 몰카 탐지기 제품만 떴고, 초소형카메라로 검색 했을 때 자전거나 차량에 쓰이는 소형카메라 위주로 검색이 됐다.

티몬은 조사한 6곳 사이트 중 관련 상품 수가 가장 적었는데, 위메프와 티몬은 모두 몰카로 악용될 수 있는 기기를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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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초소형 카메라를 모두 몰카로 보고 판매를 중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문제가 되는 안경형 카메라 제품들은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악의적인 판매자들은 심야 시간을 틈타 몰카를 올리기도 한다”며 “이용자 신고와 금칙어 설정 등을 통해 열심히 단속하고 있지만, 오픈마켓 특성상 결국 모니터링 직원이 일일이 들여다 보고 걸러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