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HTC에 군침…스마트폰 빅딜 성사되나

픽셀폰 외주업체…"스마트폰 R&D 쪽에 관심"

홈&모바일입력 :2017/09/08 09:39    수정: 2017/09/08 15: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이 모토로라 매각 3년 만에 또 다시 스마트폰 제조업체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삼성과 애플이 주도하던 이 시장에 잔잔한 파문을 몰고 올 전망이다.

구글이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와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들이 대만 커머셜타임스를 인용 보도했다. 보도했다. 외신들은 구글과 HTC 간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전했다.

이번 보도가 관심을 끄는 건 구글이 한 때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실패했던 경험 때문이다.

구글은 과연 모토로라를 매각한 지 3년 만에 또 다시 스마트폰업체를 인수할까? (사진=씨넷)

■ HTC, 스마트폰보다 VR 사업에 관심

구글은 2011년 125억 달러에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3년 만인 2014년 대만 레노버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가격은 29억 달러로 인수 가격의 4분의 1을 밑돌았다.

모토로라가 갖고 있던 방대한 특허를 손에 넣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성공적인 인수였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또 다시 HTC 인수를 노린다는 보도는 다소 생뚱맞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단 HTC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 때 미국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업체였던 HTC는 현재 시장 점유율 2%를 밑돌면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HTC 크리에이터 랩. (사진=씨넷)

프리미엄 폰 시장에선 삼성, 애플에 밀리고 있다. 중저가폰 쪽에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의 공세로 설 자리를 잃었다.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 자체를 계속할 능력도 유인도 없는 상태다.

HTC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엔 가상현실(VR)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렸다. HTC는 바이브로 VR 기기 시장에서 삼성, 소니에 이어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HTC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은 스마트폰 사업보다는 신규 시장인 VR기기 쪽에 주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이 많다. 최근 HTC는 바이브 가격을 200달러 이하로 인하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HTC가 사업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달 CNBC가 한 차례 보도한 적 있다. 당시엔 오히려 VR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분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우에 따라선 회사 전체를 팔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오히려 설 자리가 없어진 스마트폰 사업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만 커머셜타임스 보도대로라면 그렇다.

■ HTC는 픽셀폰 생산업체…구글 인수 땐 시너지 생길수도

그렇다면 구글은 왜 HTC 스마트폰 사업 쪽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체 단말기 사업인 구글 픽셀폰이다. 현재 HTC는 구글 픽셀폰 외주 생산업체다. 따라서 HTC를 인수할 경우 픽셀폰 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계속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만으론 구글의 행보를 완벽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 커머셜타임스는 HTC의 빈약한 재정 상황과 구글의 통합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픽셀폰'.(사진=씨넷)

특히 구글은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하드웨어, 클라우드에서 인공지능(AI)을 완벽하게 통합하려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HTC를 손에 넣을 경우 이런 욕구를 실현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대만 커머셜타임스는 “구글이 HTC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거나 스마트폰 R&D 팀을 인수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도대도라면 HTC는 남은 VR 사업으로 승부를 걸겠단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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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구글은 또 다시 거액을 들여 스마트폰 단말기 업체를 인수할까?

모회사인 알파벳이 보유하고 있는 95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현금을 감안하면 HTC 스마트폰 사업 인수는 그다지 부담스런 거래는 아니다. 다만 인수한 뒤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가 구글의 결심을 좌우할 요소가 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