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보다 AI가 더 위험"…머스크 발언 파문

"AI가 3차대전 유발할수도"…과잉걱정 비판도

컴퓨팅입력 :2017/09/05 14:12    수정: 2017/09/06 08: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북한 핵보다 인공지능(AI)이 더 위험하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북핵이 아니라 AI 때문일 것이란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페이팔, 스페이스X 같은 기업 창업자로 유명한 인물. 현재 실리콘밸리에선 가장 혁신적인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인물이 북한 핵보다 AI가 세계 평화에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것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 나온 발언이라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머스크 "국가들이 기업 AI기술 강제로 손에 넣을수도"

머스크가 뜬금 없이 ‘AI 전쟁 유발설’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 푸틴은 러시아의 새 학년 첫 날인 9월 1일 과학을 주제로 한 공개 강좌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은 러시아뿐 아니라 모든 인류의 미래다. 이 영역의 지도자가 세계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그러자 머스크는 “국가 차원의 AI 주도권 경쟁이 3차대전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문명 존재를 위협하는 목록의 아랫 부분에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현재 AI 분야에선 미국, 중국, 인도가 한 발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AI 선진국을 따라잡으려 노력할 가능성이 많다.

머스크의 걱정의 원천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정부는 통상적인 법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엔 기업들이 개발한 AI를 강제로 빼앗을 수도 있다(They will obtain AI developed by companies at gunpoint, if necessary)”고 주장했다.

일부 국내 언론들이 이 발언을 ’총포회사에서 개발한 AI’라고 번역하면서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이 있다. 하지만 CNN 보도 원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총포 회사가 개발한 AI를 빼앗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개발한 AI를 ‘강제로(at gunpoint)’ 손에 넣을 수도 있다고 돼 있다.

머스크는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같은 국가가 기업들의 AI 기술을 강제로 압수해서 국방용으로 돌릴 경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근거도 제시했다. AI가 “승리하는 가장 그럴 듯한 방법은 선제 공격”이란 결론을 내리게 되면 곧바로 전쟁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그 근거다.

국가 지도자들이 아니라 AI 시스템이 전쟁 결정을 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 영향력 큰 머스크의 발언, AI규제로 이어질 우려도

일론 머스크는 대표적인 AI 경계론자로 꼽힌다. 그 동안 AI에 대한 선제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 왔다.

얼마 전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AI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 머스크는 AI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계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전쟁에 대한 경계령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 CNN은 아예 ‘머스크가 3차대전을 예상했다(Elon Musk predicts World War3)’란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다.

물론 AI가 몰고 올 무서운 미래에 대해선 늘 경계해야 한다. 또 어느 순간 AI가 모든 능력면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원론적으론 머스크의 경고를 결코 무시할 순 없다.

마크 저커버그(왼쪽)와 일론 머스크.

하지만 가능하다는 것과 지금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다른 문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론 AI는 특정 분야에만 특화된 정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잘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오늘날 가장 똑똑한 기계들조차도 한 가지 업무에만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그것이 현 단계 AI의 가장 큰 한계다”고 주장했다.

AI가 스스로 결정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최소한 30~50년 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AI보다는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위협이나 기후 변화 문제 같은 것들이 훨씬 인류 평화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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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론과 함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요한 논점을 제기했다. 트위터 팔로워가 1천200만 명에 이르는 머스크의 성급한 발언은 자칫하면 AI를 규제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AI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