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 KERIS 원장 "융복합 학문 창출에 힘쏟겠다"

기업과 협력 강화..SW교육 의무화 준비 만전

컴퓨팅입력 :2017/09/05 10:03

“우리나라 교육정보화는 2000년대 초반이 전성기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학교의 정보통신(ICT) 활용도가 OECD 국가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대학공개강의 서비스인 KOCW(Korea Open CourseWare)를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융복합 학문 창출에 힘을 쏟겠습니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4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KERIS는 교육학술정보화를 전담하는 교육부 산하 준정부 기관이다. 1999년 설립됐다. 내년부터 정부가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역할이 더 주목받고 있다.

한 원장은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출신으로 지난해 1월 부임했다. 새로운 KERIS상을 구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한 원장을 만나 SW교육 의무화와, 교육 정보화, 4차산업혁명시대인재상 등을 들어봤다.

-KERIS가 어떤 기관인지 이야기해달라.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학술연구에 관한 다양한 정보화 사업을 수행한다. 예컨대 유아 및 초중등 교육 분야에서는 에듀넷과 유아학비지원시스템, 나이스(NEIS), 에듀파인(Edufine) 같은 정보서비스를,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Research Information Sharing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한석수 KERIS원장이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교육정보화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정보화 수준은 세계와 비교하면 어떤가.

"2000년대 초반이 전성기였다. 2001년 세계 최초로 모든 학교에 초고속망을 도입했다. 2004년에는 이러닝(e-learning) 준비도가 세계 5위였다. 2007년에는 유네스코(UNESCO)-바레인 국왕 교육정보화 대상을 교육부와 같이 KERIS가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ICT 활용도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ICT 접근성이 세계 28위, 활용성은 30위에 그쳤다. 교육정보화 선도국은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다. 이들 국가는 ICT를 수업에 협업 도구로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SW 및 인터넷을 활용하는 수준이 검색과 메일 체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SW교육과 디지털교과서가 올해 추진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SW연구 선도학교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잘 되고 있나

"교육부 및 과하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SW교육 연구 및 선도학교를 2016년에 900곳을 선정했다. 올해는 12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SW교육의 전도사 역할을 한다. SW교육 교과연구회 운영도 지원, 교사들의 자발적 연구를 돕고 있다. SW 학생 동아리 페스티벌이나 SW교육 공모전도 시행, SW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SW교육이 의무화 된다. 이를 담당할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까지만 중학교 정보가 선택과목이다. 현재 전체 중학교 중 41.2%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필수화,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교육부는 교원을 증원하는 방법과 현직 교원 연수 등 두가지 방법을 사용, 이에 대비하고 있다. 2016년말 현재 중학교 3166개 중 정보를 담당하는 교사가 1400명이다. 중학교 1학년에서 정보를 선택하는 학교는 약 40% 정도다. 매년 교사를 신규 채용하고 있고, 정보 자격 교사 중 타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를 활용할 예정이다.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는 인근 학교에서 순회, 담당한다. 현직 교원의 역량 신장을 위해 KERIS는 매년 ‘SW교육 선도 교원 연수’와 ‘SW교육 중등교원 일반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SW교사가 부족하지 않도록 잘 대비하고 있다."

한석수 원장이 아프리카에서 열린 중등학교 솔라스쿨 개소식에 참석해 관계자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다.

-종이 교과서를 보완하기 위한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디지털 교과서는 용어 사전 등 다양한 학습자료와 학습활동 지원 및 관리가 가능한 학생용 교재다. 학교와 가정의 PC와 모바일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2007년부터 관련 연구와 기술 개발, 시범 적용을 통해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현재 사회, 과학에서 초등학교 3~5학년 및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개발돼 있다. 연구학교와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사회, 과학, 영어 교과 및 고등학교 영어(5종) 교과에 디지털 교과서가 개발, 보급될 계획이다.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사회, 과학,영어 교과를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일반학교에 확대된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실감형 콘텐츠와 지능형 학습 분석 등을 접목한 미래형 디지털 교과서 구현을 위한 플랫폼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원장은 한양대 행정학 학사와 동 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29회로 교육부 학술학사지원과장과 정책조정기획관, 혁신인사기획관, 대학지원관 등을 지냈다. 대학 혁신과 관련한 책을 다음달 공동 저서로 내는 등 대학 행정과 혁신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

충남 공주가 고향인 그는 소위 ‘흙수저’다. 가세가 어려워 어릴적에 신문 배달과 찹쌀떡을 팔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도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없는 효자였다. 내성적이었던 그는 공부를 잘했고, 덕분에 선생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지금도 초등학교 선생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공무원 문예대전서 두번이나 상을 받았다. 인생의 멘토는 노자다.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30년간 교육부 공무원으로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사무관때 일을 열심히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초등학교 명칭 개정이다. 당시 담당 사무관이었다.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뤄졌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민들 의견이 갈리고 왜 바꾸냐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여론조사까지 해 이름을 바꿨다.

학교 용지에 관한 특례법도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를 몇 세대 이상 지으려면 학교 부지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것도 내가 사무관때 이뤄진 일이다. 대학실장 때도 여러 일을 했다. 국립학교 회계법과 대학도서관 진흥법, 인문학 진흥법 등이 교육부 대학 실장할 때 만들어진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사회 화두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많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이런 인재를 키우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산업화 시대에는 표준화된 산업 인재를 대량으로 양산, 경쟁을 통해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식정보화사회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협력해야 한다. 변화에 유연히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능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첨단 교수 및 학습 방법을 일반화하고 학습분석 기술을 활용, 맞춤형 학습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인간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 등장으로 인성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파엘로 코엘로가 쓴 책 연금술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을 할때, 우리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 있어. 모든게 다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니까”. 책 속 주인공 산티아고는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긴 여정 끝에 보물을 찾는다. 비슷한 인물이 오디세우스다. 호메르스가 쓴 ‘오디세이아’ 주인공 오디세우스 역시 전쟁 후 귀환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왕위에 오른다. 이들 인물처럼 우리 아이들이 여러 일을 체험하도록 부모들이 아이들을 놔줘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대구에 있는 KERIS 본원 전경.

-해외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솔라스쿨 활용 교육 지원 사업’이라는데 어떤 내용인가.

"전력이 부족하고 교육 시설이 낙후한 아프리카의 디지털 격차 해소와 교육 기회 확대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교육부와 KERIS, 삼성전자가 협력해 진행하는 민관협력 사업이다. ‘솔라 스쿨’은 컨테이너를 개량해 전자칠판, 컴퓨터, 노트북 등의 ICT 실습환경을 갖춘 곳을 말한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교육부와 KERIS는 교원의 ICT 활용 역량 강화 연수를, 삼성전자는 솔라스쿨과 교육용 콘텐츠를 지원한다."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 디지털 프로미스(Digital Promise)와 협업하는 협정서도 최근 맺었는데 어떤 내용인가

"지난 7월 이들 기관과 협력 협약서를 교환했다. 한국의 우수한 교육정보화 추진 경험을 국제사회와 굥유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디지털 프로미스는 미국의 교육 혁신을 선도하는 교육정보화 전문 기관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지방교육행정, 재정통합 시스템에 업계 관심이 높다. 어떤 사업인가.

"시도교육청 및 학교의 예산 편성과 지출, 계약, 자산, 결산 등 재정 및 회계 업무를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에듀파인’과 교육청 및 학교 업무 처리의 모든 과정을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업무관리시스템을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이 두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사업이다."

-정부예산으로 만든 콘텐츠를 민간에 공개하는 것이 확대되고 있다. KERIS는 어떤 민관협력 실행계획을 갖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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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부 수탁 사업을 주로 시행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예산 1100억 원 중 800억 원이 수탁사업이다. 용역과 집행이 주요 업무다. 출연금 예산은 별로없다. 독자적으로 하는 부분이 적다. 현재 인력으로는 수탁 사업만도 벅차다.

해외 콘퍼런스 할때 우리나라 기업과 같이 가 우리 기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KERIS가 교육과 산업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