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사-코타나 동맹의 2가지 관전 포인트

MS-아마존…'데이터 공유-플랫폼 저변 확대' 관심

컴퓨팅입력 :2017/09/02 08:36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자의 플랫폼에서 상대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를 불러낼 수 있게 만드는 협력을 맺었다. 윈도PC로 알렉사를 부리거나 아마존 에코로 코타나를 부릴 수 있게 됐다.

연내 실현될 이 동맹의 실제 파급력은 어디까지일까.

일단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해질지 살펴 보자. 지난 8월 30일자 MS 발표문에 따르면 코타나 탑재 기기에서 호출되는 알렉사는 사용자가 뛰어난 쇼핑 체험을 통해 일상을 더 편리하게 누리도록 만들어 준다.

일터에서 반려인이 '기저귀가 떨어져 간다'고 보낸 문자를 받았다면 윈도10 PC 또는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기기의 코타나를 통해 알렉사를 불러내고, 사용자의 아마존 계정으로 적절한 지불수단을 써서 기저귀를 주문하라고 시킬 수 있게 된다.

알렉스 탑재 기기에서 호출되는 코타나는 어떨까. 알렉스 사용자가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용한 코타나의 재주를 빌릴 수 있다. 사용자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면서 출근 전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시간이 충분할지 궁금하다 치자. 그럼 알렉사를 통해 코타나를 불러내 첫 회의 시간이 언제인지 묻고, 여유가 부족하다면 다시 코타나를 불러 일을 마칠 때 잊지 않고 옷을 맡기도록 알려 달라고 시킬 수 있다.

2017년 8월 30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자의 인공지능 음성비서(AI) 알렉사와 코타나를 연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아마존, MS, PIxabay 이미지 편집]

양측의 협력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양측이 어떤 관계를 가져가려 하는지 특히 주목할만한 요소들을 암시해 준다. 음성비서의 실제 이용방식이 얼마나 편리할 것인지, 과연 사용자 명령 데이터가 공유될 수 있을지, 실제 지원 가능한 기기는 얼마나 확대될 수 있는지 등이 관건이다.

■협업 아닌 분업…데이터 공유 제한, 편의성 한계 되나

아마존과 MS가 발표문을 통해 예시한 대로라면 아마존의 에코 같은 알렉사 탑재 기기에 대고 "알렉사, 코타나 열어(Alexa, Open Cortana)"라고 말해야 코타나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반대로 윈도10 PC같은 코타나 지원 기기에서는 "코타나, 알렉사 열어(Cortana, Open Alexa)"라고 말해야 알렉사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각자에게 직접 일을 시킬 때보다 앞에 호출하는 단계가 1번씩 더 붙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용자가 한 기기에서 두 음성비서를 모두 부릴 수 있게 돼도, 그 경험이 얼마나 매끄럽게 흘러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추가된 기능을 쓰려면 매번 사용자는 다른 음성비서를 호출하기 위해 추가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에 앞서 자신의 명령을 어느 비서에게 내릴지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개된 호출 방식을 놓고 볼 때, 두 음성비서가 자신의 역할을 벗어나는 명령을 다른 친구에게 전달 또는 공유할 수는 없어 보인다. 코타나에게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결제해 달라고 쇼핑을 시키거나 아마존에게 아웃룩 메일로 전달된 일정을 물을 때 스스로 그 명령을 전달하지는 않을 거란 얘기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아마존은 코타나가, MS는 알렉사가 자사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미 MS는 알렉사의 인터넷 검색을 위해 아마존에 빙(Bing)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번 협력에서 그걸 넘어선 범주의 데이터 공유 제휴가 체결됐을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MS와 아마존의 파트너십 발표문이 선언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제휴를 맺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의 제휴를 통해 발생하는 데이터는 공유한다는 식의 협력도 가능하다.

아마존 에코와 에코닷 스피커. (사진=씨넷)

하지만 MS의 비즈니스 사용자 데이터, 아마존의 쇼핑몰 이용자 데이터는 자신의 AI를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자산이다. 간단히 상대에게 넘겨줄만한 게 아니다. MS와 아마존간에 인터넷 검색을 넘어선 데이터 공유가 성사돼야만 비교적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보장할 수 있을텐데, 두 회사는 그러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양사 제휴는 실제 사용이 부자연스러운 기능 추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관련 보도를 통해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내용을 일부 옮기면 다음과 같다.

"아마존은 어쩌면 MS가 그 고객 쇼핑 행동을 들여다보길 원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MS도 알렉사가 직접 접근하길 원치 않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이건 별로다. 당신이 TV를 켤 때마다 가족 구성원 중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그걸 부탁해야 하고, 전등을 끌 땐 또 다른 사람을 불러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원문보기]

■사용자 기반-지원 기기 확대 효과, 누가 득일까

MS와 아마존 모두 상대 음성비서의 탑재 기기에서 자사 음성비서의 활용 기회를 얻고, 사용자 확보를 추구할 수 있다. 누가 남는 장사일까.

아마존 알렉사가 구동되는 핵심 단말은 스마트스피커 에코다. 아마존은 에코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천만대는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월 분석보고서에 아마존이 에코를 1천100만대 팔았다고 썼다. [☞원문보기]

긱와이어에 따르면 지난 5월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CIRP)도 에코가 1천70만대 이상 팔렸을 것이라 추산했다. [☞원문보기] 알렉사 호환 서드파티 기기를 무시하더라도 1천만명이 알렉사를 쓴다는 얘기다.

MS 코타나는 PC 중심인 윈도10 탑재 기기 시장에 제공되고 있다. MS가 지난 5월 밝힌 윈도10 디바이스는 5억대 이상이다. 코타나는 iOS와 안드로이드용 앱으로도 제공된다. 여러 기관과 시장조사업체 자료상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30억명 이상이다. MS는 이들 기기 사용자 가운데 월별 코타나 실사용자 수가 1억4천500만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원문보기] 윈도, 안드로이드, iOS, X박스 콘솔 기반 코타나 사용자 수를 모두 포함한다.

윈도 코타나 AI비서를 PC 첫 설정 단계부터 사용할 수 있다.

잠재적인 지원 기기 확대 측면에선 일단 아마존 쪽이 유리하다. 아마존은 MS처럼 모바일에 입지가 약할뿐아니라 PC 시장에도 아무런 기반을 갖기 못했다. 주력 분야인 스마트홈, 가전 시장을 넘어 PC 중심인 비즈니스 생산성 기기로도 알렉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iOS와 안드로이드용 코타나를 통해 모바일 기기에서도 기회를 엿볼 수는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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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용자 유입 효과 측면에선 MS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1천만명 이상의 에코 사용자는 거의 모두 음성명령 인터페이스에 익숙하고, 알렉사를 부리듯 코타나를 부리는 것에 자연스러움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MS에게 기존 알렉사 사용자는 모두 잠재적으로 코타나 활용에 관심을 가질만한 이들이라 간주될 수 있다. 아마존은 에코를 소형화한 에코닷, 휴대용으로 만든 아마존탭 등으로 알렉사 사용자 저변을 넓히고 있는데, 이 제품 구매자들 역시 코타나 사용자로 유입될 여지가 있다.

반면 코타나 사용자는 별도 인터페이스가 탑재된 기기를 다루기 때문에, 코타나에 이어 알렉사라는 음성비서를 얻게 됐다는 점은 대수롭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윈도10 기기가 5억대 이상 깔린 상황에서 코타나 실사용자수가 1억5천명 미만이라는 건, 단순히 윈도PC 보급 확대만으로 코타나, 그리고 알렉사의 이용 확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코타나가 지원되는 스마트폰 기기에선 상대적으로 알렉사가 쓰일 여지도 늘어나지만, 그만큼 기본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 시리에 빛이 바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