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이해진 GIO를 왜 '총수'라 했을까?

“영향력·사내 입지·개인회사 등 고려”

인터넷입력 :2017/09/03 12:31    수정: 2017/09/03 12:32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네이버를 추가하면서, 동일인(총수)으로 회사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지정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지닌 개인 또는 법인이 지정된다.

그간 네이버 측은 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와, 이 GIO의 낮은 지분 등을 근거로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피력해왔다.

지난달 이해진 GIO가 법무팀과 함께 공정위를 방문해 자신을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총수 지정에 대해 지분율, 경영활동 등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창업자인 이해진 GIO를 네이버 총수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준대기업집단 지정…기업 감시 강화 지속

공정위는 3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57개 기업집단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4개 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계열사 수로 따지면 310개가 늘어나 1천980개가 됐다.

이번 발표에서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네이버를 비롯해 동원, SM, 호반건설, 넥슨 등 5개다. 반면 현대그룹은 작년 10월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이 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돼 총 자산이 2조원대로 줄면서 이번 준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은 사익 편취 제한 및 공시 의무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기업집단 현황 및 비상장사의 중요 사항과 더불어 동일인으로 지정된 개인의 배우자 및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간의 거래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더불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 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지정 집단의 주식 소유 현황 등을 분석해 집단별 내부 지분율과 순환출자 현황 등을 공개하고, 단계적으로 내부 거래 현황, 채무 보증 현황, 지배 구조 현황 등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추가로 지정된 기업의 경우 모두 개인이 총수로 지정돼 총 49개 기업집단이 총수를 갖게 됐다.

네이버 분당 사옥

■공정위 "이해진, 개인 최다출자자…이사회 영향력 상당"

공정위는 이해진 네이버 GIO를 총수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동일인은 특정 기업 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이다. 시행령 제3조는 사실상 지배 여부에 대해 동일인의 지분율, 경영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 있어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기준을 토대로 이해진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개인 총수 지정 이슈를 두고 네이버는 주식 지분이 4.31%밖에 되지 않는 개인을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취해왔다.[☞관련기사: 이해진은 네이버 총수인가 전문경영인인가]

공정위는 이에 대해 이 GIO와 네이버 임원이 보유한 4.49%의 지분율이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으나, 경영 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과 해외기관투자자의 지분 20.83%를 제외하면 최대 출자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네이버 주주구성 현황.

또 1% 미만 소수 주주 지분이 약 50%에 달하는 등 지분 분산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4.49%의 지분도 사실상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지분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와의 자사주 교환 건도 이해진 GIO의 경영권 확보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지난 6월 말 자사주를 서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상호 투자를 결정,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 지분 7.1%를,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 지분 1.7%를 보유하게 됐다. 이를 통해 상호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지분 매각 시 네이버가 지정하는 대상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이 GIO가 1.71%의 우호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봤다. 또 잔여 자사주 10.9%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활동도 이해진 GIO가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공정위에서 판단한 이유다.

이해진 네이버 GIO.

공정위에 따르면 이 GIO는 회사 설립 이후 대표, 이사회의장에 재직, 현재 사내이사로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 중에서는 유일한 대주주다.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해진 GIO는 네이버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네이버가 지난 2015년 4월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 시 이해진 GIO를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는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업집단 내에서 이해진 GIO가 갖는 영향력도 분명하다는 해석이다. 당시 네이버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아 이런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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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정위는 이해진 GIO가 지분을 100% 보유한 개인회사와 친족이 지배 중인 2개 회사 등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회사가 3개 존재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들 회사는 네이버 관련 거래 정보를 공시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