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체 간편결제만 고집한 게 나쁠까

[백기자의 e知톡]타사도 자체 간편결제 위주

인터넷입력 :2017/08/31 18:13    수정: 2017/09/01 08:30

모바일 결제가 대중화되면서 은행계좌나 카드번호를 한 번 등록해 놓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로 삼성페이, 스마일페이, 엔(N)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가나다 순)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N페이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네이버 N페이가 공정한 경쟁을 해한다는 지적을 위해 녹소연이 제시한 근거는 ▲모바일과 PC에서 각각 70%를 넘는 높은 점유율, N페이의 많은 가입자와 가맹점 ▲네이버쇼핑 입점업체 상품 구매 시 'N페이 구매하기‘ 버튼만 제공 ▲타사 간편결제 서비스 배제 ▲일반 결제 선택의 어려움 ▲비회원구입 수단 부재 등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지배적지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쇼핑 영역에서도 독점의 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입니다.

동종서비스라 할 수 있는 옥션, 11번가, 쿠팡, 홈쇼핑 사이트 등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만 유독 자사의 간편결제만 제공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입니다.

■ 네이버는 검색 점유율이 높으니 독과점 기업이다?

정말 네이버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쇼핑 영역에서도 자사의 간편결제 수단만을 강요하며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국내 간편결제시장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새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들을 내놨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은행이나 결제 전문 회사들도, 또 쇼핑 전문 회사들도 자체 결제 수단을 경쟁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로 N페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용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혜택들을 제공했습니다. 국내 1위 검색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힘으로 빠른 성장에 도움을 받긴 했지만, 서비스 품질이 낮거나 소비자나 파트너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었다면 현재와 같은 성공은 당연히 어려웠을 겁니다.

녹소연은 네이버 검색의 높은 점유율을 근거로 이미 “네이버는 나쁜 독과점 기업”이란 밑바탕을 깔고, N페이의 문제를 짚어냅니다. 검색 점유율도 높은 곳이 자기네 간편결제만 강요한다는 논리입니다. 또 “다른 곳들은 안 그러는데, 너네만 그러니 나쁘다”라며 손가락질 합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높은 검색 점유율과 네이버쇼핑, 그리고 네이버 간편결제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네이버 분당 사옥

이렇게 함으로써 “네이버의 검색 시장지배력이 쇼핑으로 전이돼 쇼핑 영역에서도 네이버가 지배적 사업자”란 해석을 유도하려는 듯 보입니다. 인터넷 영역은 시장 획정도 어려울뿐더러, 이 같은 지배력 전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검색 부문에서는 점유율이 높다 하더라도, 쇼핑 영역은 또 다릅니다. 국내에서는 지마켓과 옥션,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 사업자들이 결코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습니다. 네이버 쇼핑이 쉬운 접근성과 편의성 등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지만, 검색 점유율만큼 시장을 장악한 상태도 아닙니다.

또 검색 영역에서도 네이버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네이버의 서비스가 뒤떨어진다면 사용자들은 언제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다음이나 구글과 같은 유사 서비스로 쉽게 옮길 수 있습니다. 다른 산업군이나 시장에서 문제 삼듯 높은 점유율을 놓고 손가락질하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 네이버만 타사 간편결제 배제했을까?

지마켓, 쿠팡, 삼성페이도 자체 간편결제만 제공.

네이버 쇼핑에서 타사 간편결제를 배제했다는 비판은 “홈플러스는 자체 브랜드(PB) 상품만 팔고, 이마트 PB 상품은 안 판다”와 같은 지적으로 들립니다. 경쟁사의 결제 수단을 꼭 붙여야 좋은 기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기업일까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럼 다른 서비스들은 타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먼저 쿠팡은 자체 간판결제인 로켓페이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마켓과 옥션 역시 자체 간편결제인 스마일페이만을 제공합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 등 쇼핑 영역에서 카카오페이만 간편결제 수단으로 넣어놨습니다. 글로벌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티몬처럼 자사의 간편결제인 티몬페이와 투자사가 개발한 페이코, 그리고 전혀 관련이 없는 카카오페이를 적용한 사례도 있긴 합니다.

특히 네이버 쇼핑도 일반결제를 통할 경우 카드사와 연계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카드 이용자의 경우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L페이, 페이코, 삼성페이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한 단계만 거치면 타사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네이버만 그런다”라는 비판은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습니다.

■ 일반결제 어렵지 않아…비회원 주문 꼭 필요할까?

네이버페이도 일반결제가 가능하며, 각 카드사들이 제휴한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녹소연은 일반결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했는데, 결제정보란에서 ‘일반결제’ 탭을 선택하는 과정이 타 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비회원주문 기능이 없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는데 네이버 회원 수는 4천200만입니다. 사실상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대부분이 네이버에 가입돼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비회원 주문을 해야겠다는 회원들이 있다면 비회원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입력하는 실명인증 및 약관동의와, 네이버페이 가입에 필요한 절차를 비교해보길 바랍니다.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회원 기반 서비스 제공은 사용자 관점에서 사용성, 보안 등에서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아마존, 11번가(모바일), 쿠팡, 티몬 등도 회원 구매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 ‘N페이 구매하기 버튼’ 개선 필요하지 않을까?

그냥 구매하기 버튼이 아니라 N페이 구매하기로 표시해 N페이를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녹소연의 지적이 타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일반 ‘구매하기’ 버튼을 ‘N페이 구매하기’ 버튼으로 만들어 N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다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끔 만든다는 점입니다. N페이를 알리고 가입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자칫 소비자들을 혼동하게 만드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네이버는 서비스 브랜딩 홍보 차원이란 설명이지만 궁색한 측면이 없잖아 있어 보입니다. 이제 N페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구매하기’ 버튼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요. 그럼 불필요한 잡음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선두 사업자에 대한 시장의 감시는 꼭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도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놓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자사 이익에 지나치게 몰입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따라 적절한 견제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경우 많은 서비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 여러 서비스들이 시들해진 이유는 네이버의 독점 때문이 아닙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이름은 간편결제인데, 실제로는 간편하지 않은 탓이 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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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N페이 역시 파트너나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불편하다면, 다른 간편결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아무리 가맹점이 많아져도 결국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문제 삼지 않아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간 다른 간편결제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겁니다. 통신이나 자동차 산업과 달리, 인터넷 영역에는 비용 들이지 않고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