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은 네이버 총수인가 전문경영인인가

지분 4.31% 불과…기업 내부 영향력이 관건?

인터넷입력 :2017/08/25 10:57    수정: 2017/08/25 16:19

이해진 네이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를 이 회사의 총수(동일인)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네이버는 물론 인터넷 업계의 우려가 크다.

이 사안이 향후 업계 규제에 대한 관행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논쟁도 치열하다.

공정위가 이해진 GIO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려는 까닭은 규모가 커진 이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목적인데, 이번 지정 시도가 법 취지에 맞는지, 그리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과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동일인이란 무엇인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은 자산 규모 5원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게 돼 있다.

규모에 의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게 취지다.

이해진 네이버 GIO.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가 4조8천억원이었고 8월말로 5조원을 넘겨 다음달 1일을 기준으로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으로 있다.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동일인(총수)도 함께 지정 신고해야 한다.

동일인을 지정하는 까닭은 기업을 지배하는 총수가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회사를 멋대로 운영하고 사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법률 상의 동일인 지정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식 소유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지배력 행사 여부다. 의결 가능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하면 동일인으로 볼 수 있고 그 이하여도 임원 구성이나 사업 운용 등에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면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해진의 네이버 지분율은 얼마나 되는가

최근 기준으로 이해진 GIO의 네이버 지분율은 4.31%에 불과하다.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10.61%)이다. 또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에버딘과 블랙록이 각각 5.04%와 5.05%로 2·3대 주주로 있다. 이해진 GIO가 창업주이기는 하지만 지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지난 20년 가까이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지배구조를 갖는 국내 대기업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포스코나 KT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총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집단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기 위한 계열간 순환출자와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이해진 GIO는 그러나 본인 이외의 친인척이 네이버와 그 계열에 대한 눈꼽만큼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계열사도 네이버 법인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이해진 GIO 스스로 사익을 편취할 루트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 덕에 네이버는 국내 기업 가운데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법률상 주식 소유 관계로 보면 이해진 GIO가 동일인일 이유가 없는 셈이다.

■공정위가 이해진을 총수로 지정하려는 이유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탓인지 공정위는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현존하는 제도에 따라 준대기업집단을 지정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관계자는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를 따져서 정하는 게 아니다"며 "해당 기업 집단의 범위를 특정하기 위해 동일인을 지정하는 것이고, 친인척 비리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법률 상으로 기업을 대표해 책임을 지는 동일인을 설정하는 절차가 있고, 가장 적합한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21일 이와 관련 “해당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률 상의 동일인 지정 첫번째 기준인 지분 구조보다는 두번째 기준인 경영 상 지배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네이버와 업계가 동일인 지정을 우려하는 이유

네이버 측은 그러나 이해진 GIO가 등기이사로서 경영상의 책임은 지지만 혼자 독단적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이해진 GIO는 대표이사도 아니고 이사회 의장도 아니다.

이사회 의장은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맡고 있으며 이해진 GIO는 이사회 의결시 한 명의 이사로서 한 표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또 대부분의 사업 결정은 한성숙 대표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정위 우려와 달리 이 GIO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해진 GIO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법 취지의 선의를 살리는 대신 불필요한 규제로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대표적인 악영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주요 의사결정은 변대규 이사장과 한성숙 대표 중심으로 하고 이해진 GIO는 일본에 라인을 만들 때처럼 IT 전문가이자 경영진으로서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인데 해외에 나쁜 이미지로 뿌리내린 '재벌(chaebol) 총수'란 딱지가 붙여지면 사업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제록스 리서치센터 유럽 홈페이지.

실제로 지난 6월말 제록스리서치센터를 경쟁사가 제시한 것보다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투명한 지배구조 덕분이었다고 네이버 측은 설명한다.

업계도 대체적으로 네이버의 주장에 공감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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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포털 다음 창업자는 최근 한 SNS에 “정부는 창업자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상적 지배 구조를 스스로 만든 기업에 대기업 지정이나 총수 지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 요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측은 "준대기업집단으로서 공정거래에 관한 의무는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다만 이해진 GIO의 동일인 지정은 법 기준이나 취지에 안 맞고 나쁜 이미지만 덧씌워져 구글 등 해외 기업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니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