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갤노트8…"SW 혁신 빛나네"

스펙 경쟁 버리고 사용자경험 향상에 올인

홈&모바일입력 :2017/08/24 07:16    수정: 2017/08/24 10:09

"구글이 운영체제(OS) 회사이고 삼성이 하드웨어(HW) 회사라는 데에는 동의 안 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작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7' 언팩 행사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고 사장의 이같은 말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서 공개된 '갤럭시노트8'에서 입증됐다.

이날 베일을 벗는 갤럭시노트8은 삼성전자가 기존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SW) 혁신으로 제품의 완성도와 멀티미디어 사용자 경험(UX)을 한층 높이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언팩 행사 2017'에서 '갤럭시노트8'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그동안 대외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경쟁력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고 내부 조직도 그렇게 바꾸어 왔다.

여기에는 지난해 무선사업부 새로운 수장으로 들어온 고동진 사장의 의지가 실려 있다.

이같은 노력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갤럭시노트8 후면에 장착된 듀얼 카메라에서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보다 뒤늦게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지만 기존 제품과는 한 차원 다른 완성도를 보였다.

삼성전기가 공급한 듀얼 카메라(1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망원 카메라)는 말 그대로 카메라 렌즈가 두 개다. 사람의 눈이 두 개이듯 카메라 렌즈가 두 개이다 보니 사진의 선명성을 높이고 여러 각도에서 찍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경쟁사 제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렌즈 밝기로만 보면 다음 주 공개되는 LG V30보다 오히려 사양이 낮은 부품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듀얼 카메라 모두에 광학식 손떨림 보정(듀얼 OIS) 기능을 적용해 한 단계 진화한 카메라 경험을 제공했다.

또 두 개의 카메라 렌즈가 각각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하나로 합성해 원하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춘 입체감 있는 사진을 알아서 찍어준다.

사용자가 미리 조건을 선택해서 최적의 사진 촬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이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보정하고 최적의 결과물만 남기고 버리는 일종의 인공지능(AI) 같은 알고리즘 기술인 셈이다.

현지시간 23일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7'에서 참석자들이 '갤럭시노트8'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노트 시리즈의 비장의 무기인 S펜 역시 한 차원 진화했다. 단순 필기보다는 인간의 감성을 전하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소통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S펜으로 직접 움직이는 GIF 파일을 만드는 '라이브 메시지' 등을 통해 노트 시리즈 S펜의 새로운 활용도를 만들어내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메시지 서비스와 SNS상에서 사용자간 소통의 방식과 문화를 좀 더 섬세하고 개성 있게 변화시키려는 의도다.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 직전 200개국으로 확대된 인공지능(AI) 음성 인터페이스 '빅스비(Bixby) 보이스' 영어-한국어 서비스 역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에 더해 플랫폼과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반증이다.

빅스비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거의 모든 기능을 음성으로 실행하고 기기와 사용자간 소통 방식을 더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이밖에 타이젠(OS), 삼성페이, 덱스 등 삼성전자는 독자 운영체제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에 투자와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중국 등 경쟁자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더 이상 기기상의 사양만으로는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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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의 삼성'이 아니다"며 "갤럭시노트8의 혁신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최적화되고 완성도 높은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데에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려면 개방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며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