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고 D-4] 삼성 총수 일가 3대 법정史

디지털경제입력 :2017/08/21 17:32    수정: 2017/08/21 18:13

징역 12년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법정 수난사(史)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38년 설립된 삼성 역사상 오너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고(故) 이병철 초대 회장,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이 세 번째다.

다만 오너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과 실제로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2세 이건희 회장은 과거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구속되진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혐의 재판 선고를 앞두고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법정사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76년 그룹 전산실 개장식에 참석한 고 이병철 회장.

■ 이병철 초대 회장…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위기 맞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초대 회장은 지난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 검찰 수사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사카린 밀수사건은 1966년 5월 24일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한국비료주식회사가 건설 자재를 가장해 일본에서 사카린을 밀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된 사건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이 전 회장은 이듬해인 1967년, "한국 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며 은퇴를 선언해 위기를 모면했다.

대신 차남이자 밀수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구속돼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이 초대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5개월이 흐른 뒤 복귀했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기소되고 재판까지 받은 사실이 있지만 선대 회장과 마찬가지로 법정 구속된 적은 없었다. 사진은 지난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식 당시 이건희 회장의 모습.

■ 이건희 회장 '삼성 X파일' 사건으로 곤혹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기소되고 재판까지 받은 사실이 있지만 선대 회장과 마찬가지로 법정 구속된 적은 없었다.

이 회장은 지난 1995년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당시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후 불구속 기소돼 1996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1997년 10월 사면됐다.

2005년에는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삼성 임원진이 정치권과 검찰에 대한 금품 제공을 논의한 것이 녹음파일 형태로 언론에 폭로된 사건이다.

당시 미국 체류 중이었던 이 회장은 검찰에 출두해 서면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 처분됐다.

2년이 흐른 지난 2007년엔 삼성 구조조정본부서 법무팀장을 지낸 김모 변호사가 이 회장의 지시로 금품 로비를 했다고 폭로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그는 본인 명의의 비밀계좌로 50억 원대의 비자금이 관리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준웅 검사를 비롯, 특별검사팀이 출범해 삼성의 비자금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조사했다.

그 결과 특검은 이 회장을 배임 및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법원서 일부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받았다가 1년 뒤 사면됐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의 전신) 해체 및 그룹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약 2년 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左)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右).

■ 이재용 "난 창업자(이병철)·회장님(이건희)과 다르다"

그룹 오너 중에선 처음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3세 경영인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 회장의 부재 때마다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이 회장이 비자금 특검 조사로 자리를 비웠을 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CCO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시장 개척 업무를 맡았다.

또 지난 2014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그룹의 대외적인 총수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다만, 경영공백이 장시간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삼성의 위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라는 분석이 재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와병 중인 이 회장은 사경을 헤매고 있고, 후계자인 이 부회장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오너의 자리를 대신할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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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본인의 피고인 신문 공판서 "경영과 지배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창업자(이병철)나 저희 회장님(이건희)과 저는 좀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올바른 경영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분율이 몇 퍼센트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서 "얼마나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회사에 비전을 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