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EO] “반려동물 사별, ‘21그램’이 치유”

권신구-이윤호 21그램 공동대표

인터넷입력 :2017/08/20 09:38

서양에서 영혼의 무게를 뜻하는 '21그램'의 회사소개서에는 '반려동물 장례' 내용이 채워져 있다. 이를 보면 당연히 반려동물 장례와 관련된 회사로 인식이 된다.

그런데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21그램 대표는 대뜸 보석부터 보여줬다. 의아스러운 마음에 사연을 들어보니 반려동물과의 이별, 추모, 치유 등 난제를 기술로 보듬으려는 노력이 그 안에 성공코드로 숨어있었다.

권신구㉟-이윤호㉝ 공동대표가 인터뷰 테이블에 올린 보석은 반려동물의 유골, 정확히는 유골에 1천300도 고온을 가해 만든 '인' 성분 결정체다. 전문 세공을 거쳐 주얼리로의 가공도 가능하며 반 영구적이다. 요즘 표현을 붙이자면 '희귀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21그램이 이 아이템에만 특화된 기업은 아니다. 반려동물 추모를 위한 유골함, 피규어 등에 다양한 디자인 기술을 접목시킨 한편, 장례식장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나선 멀티 플레이어다.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신구(오른쪽), 이윤호 21그램 공동대표

"저희 둘은 본래 건축설계사무소 동업자였습니다. 어느 날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계 의뢰를 받고 사전조사에 나섰을 때 크게 당황했었죠. 예상보다 시설과 장례 절차 등의 수준이 높지 않았어요. 동물병원에서 단순 화장 서비스를 소개받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의 생로병사 중 '사'의 콘텐츠가 빈약했던 셈이죠."

우선 과업은 '반려동물 추모'라는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것이었다. 추모 분야에 특화된 미국 기업 엔젤스타와 판매권 계약을 맺고 반려동물 유골함을 국내에 들여왔다. 항균과 온도/습도 조절 등의 기능에 심미적 디자인을 입힌 아이템이었다. 목재로 만들었기에 관처럼 매장 시 친환경적이라는 특성도 있었다.

더 나아가자체 제작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디자인과 기술에 걸쳐서 취득한 특허5건이 그 결과물이다. 3D프린터 혹은 장인이 제작한 반려동물 생전 모습의 피규어, 앞서 설명한 보석 등이 잇달아 화제를 모았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유골함LED 화면에 디지털 사진을 올리는 기술도 특허 받았다.

"기술 디자인은 감동과 설득, 치유를 일으키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졌지만 장례와 추모 측면에서는 비교적 약했던 국내에 필요했던 솔루션이죠. 끊임없는 기술 개발 매진은 이 때문입니다."

성공 이슈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 창업아이템 사업 최우수기업 평가를 받았고, 올해에는 기술창업과제로 선정되면서 투자를 이끌어냈다. 반려동물 추모 관련 각계의 자문 요청은 높아진 브랜드 위상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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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식장 프랜차이즈 사업도 21그램의 기대주. '펫포레스트'라는 브랜드 명으로 최근 경기도 광주에 세운 1호점은 두 대표가 기획, 설계, 시공을 담당했다. 각종 추모시설이 사람의 고급형 장례식장에 버금간다는 게 두 대표의 설명이다. 화장의 시작과 끝, 유골 형태를 직접 보여준다는 특징이 눈에 띈다. 이는 '카페24'로 구축한 기업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추모는 사람의 우울함과 덜어줍니다. 상처를 극복하고 일상에 복귀한 이들은 다시 동물에 관심을 보이게 되죠. 이로 인해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저희가 그리는 선순환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