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베니트, SW저작권 침해 공방 어떻게 되나

민형사 재판 진행 중…향후 진행 상황에 관심

컴퓨팅입력 :2017/08/18 15:03    수정: 2017/08/18 16:36

코오롱그룹 계열 IT업체가 지난해 불거진 저작권 침해 고소 사건으로 민형사 재판을 진행케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이 건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코오롱베니트가 소프트웨어(SW)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회사는 수년간 한국거래소에 수출용 증권시장 감시시스템을 개발, 납품하는 과정에서 한 개발자의 프로그램을 무단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코오롱베니트는 수년간 한국거래소가 발주한 해외 수출용 증권시장 감시시스템 개발용역 사업에 참여해 왔다. 고 모씨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수차례 진행된 코오롱베니트의 사업에 용역 개발자로 함께 일했다.

시스템 개발에 고 씨가 개발, 지난 1994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심포니넷(Symphony Net)'도 사용됐다. 심포니넷은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베이스간 호출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프로그램(일명 'TP모니터')이다.

고 씨는 코오롱베니트의 시스템 개발 과정에 용역 개발자로 참여할 동안, 회사와 심포니넷 SW제품 사용(미들웨어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더 이상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심포니넷 사용 관련 추가 계약도 없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코오롱베니트는 고 씨와의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심포니넷 프로그램을 무단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형사2부는 지난달(7월) 30일 코오롱베니트 법인과 회사 소속 2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관련보도]

검찰에 따르면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6월 한국거래소에 납품한 우즈베키스탄 시장감시 시스템에 고 씨의 프로그램 일부를 포함시켰다. 한국거래소에 시스템을 추가 납품하기 위해 고 씨의 심포니넷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고 씨는 지난해 6월말 이런 정황을 알고 코오롱베니트 측을 형사 고소했다.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뒤 관할 경찰이 지난해 8월 코오롱베니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연루된 관계자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당시 압수한 코오롱베니트 측 프로그램의 감정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의뢰했다. 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에 고 씨의 심포니넷 구성요소가 포함됐고, 이는 저작권 침해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감정결과를 지난해 12월 내놨다.

지난 2월 YTN 보도에서 코오롱베니트는 감정 결과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재감정을 요청했다. [☞관련보도] 그러나 담당 경찰 수사관은 수사를 종료했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넘겼다. 검찰은 최근 코오롱베니트 법인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거래소 해외 증권거래 감시시스템 수출사업에 영향

코오롱베니트가 참여해 온 일련의 한국거래소 해외 감시시스템 수출사업도 이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가 저작권 침해 혐의로 민형사 재판에 회부된 코오롱베니트의 프로그램을 계속 쓸 순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일단 앞서 납품된 우즈베키스탄 수출시스템에서 고 씨의 SW저작권 침해 문제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18일 한국거래소 글로벌IT사업단 측은 관련 문의에 "코오롱베니트와 소송 진행 중인 개발자간의 문제"라며 "코오롱베니트 측에 확인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또 코오롱베니트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국거래소의 베트남 수출시스템 사업도 수행 중이다. 여기에도 심포니넷과 같은 TP모니터 미들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는 이 부분을 어떻게 대응하기로 했을까.

한국거래소 측은 베트남 수출시스템 사업에 차질이 없느냐 묻자 "문제가 불거진 미들웨어를 쓰지 않고, 제3의 솔루션을 납품받는 조건으로 코오롱베니트와 계약했다"며 "(SW저작권 문제는) 베트남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에서 기소 처분을 내린 지난 달, 고 씨 측은 코오롱베니트를 별개 SW저작권법 위반 사건으로 추가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거래소 베트남 수출시스템 사업에서도 자신의 SW저작권이 재차 침해된 정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IT사업단 측은 "코오롱베니트가 '전혀 다른 대체기술'을 써서 (TP모니터 미들웨어를) 구현한다고 했고, 그런 내용으로 계약이 돼 있다"며 "(저작권 침해소지 없는 대체기술이) 아닌 걸로 드러나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민·형사 소송 진행 중…앞으로 어떻게 될까

코오롱베니트는 이 형사 고소 사건과 별개로 고 씨가 지난해 10월 제기한 민사 고소에도 대응해 왔다. 당시 고 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코오롱베니트의 SW저작권 침해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민사 재판부도 올초 고 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코오롱베니트에게 고 씨의 프로그램 개작, 복제, 판매 등을 해선 안 되고, 고 씨의 프로그램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코오롱베니트는 결정에 불복, 본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코오롱베니트는 SW저작권 침해 문제를 제기한 고 씨의 고소로 당장 2건의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추가 접수된 고소 사건의 경과에 따라 또다른 형사 소송에 대응하거나, 한국거래소에 계약위반에 따른 문제제기를 당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다. 현재 고 씨는 하도급법 위반, 기술탈취 등 혐의로 코오롱베니트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으로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 정식 신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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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제조하도급 개선에 많은 관심을 보인 공정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 진행여부와 관련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코오롱베니트는 고 씨와의 SW저작권 소송 관련 취재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