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유죄? 무죄?…재판부, 장고 돌입

"뇌물죄 성립 여부가 관건"…항소 불가피

디지털경제입력 :2017/08/17 10:06

지난 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오는 25일 선고만을 앞둔 재판부가 장고에 들어갔다.

'증거 없는 재판'이라는 여론을 비롯해, 한 편으론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의 결정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가 공소사실인 뇌물공여 혐의를 어떤 식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출두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 특검 공소사실 들여다보니…핵심은 '뇌물'

이 부회장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298억원을 뇌물로 건네고 213억원을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주거나 건네기로 약속했던 금액은 433억 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측 공소사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뇌물공여 ▲뇌물을 건네기 위한 회사공금 횡령 ▲뇌물을 교부하기 위하여 독일로 송금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재산국외도피죄 ▲뇌물을 은폐하기 위하여 저지른 범죄수익은닉죄 등 4가지로 구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소사실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죄목들 모두 '뇌물'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라며 "바꿔말해, 재판부가 첫번 째 공소사실인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시엔 다른 세 가지 공소사실 역시 장담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의 구형이 높은 이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행법상 재산 도피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재판부가 뇌물이 오갔다고 판단하게 되면 이 부회장 등은 횡령 혐의와 최 씨 독일법인에 외환거래 신고를 하지 않고 거액을 보낸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모두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삼성이 최 씨 등에게 뇌물로써 돈을 건넸다는 증거가 다소 명확치 않아 법리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 재판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영수 특검이 지난 3월 6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특검 "뇌물 약속한 독대 내용, 업무수첩·말씀자료가 입증"

특검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과 대통령 말씀자료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삼성 그룹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주장해왔다.

당초 재판 시작부터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서 본인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청와대가 협조해 주는 대가로 최 씨와 최 씨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제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재판 내내 이러한 합의 및 대가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해왔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대통령 말씀자료에 대해서도 당시 배석한 사람이 없었기에 독대 내용을 증명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사익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하거나 기대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억울하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내겠느냐"라고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독대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세 차례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결국 출석을 거부해 증언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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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원고나 피고 측 항소가 예상된다"며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 한 삼성으로서는 항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무죄 선고가 나온다면 특검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오는 25일 오후 2시 30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