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변곡점 2007년…그 때 '뉴스혁명'이 시작됐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스마트폰-빅데이터, 그리고 소셜미디어

데스크 칼럼입력 :2017/08/10 14:15    수정: 2017/08/10 15: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우린 역사 속에서 ‘혁명’ 얘길 자주 접한다. 어느 순간 권력 구도가 확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는 걸 혁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상 생활 속에선 그런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한다. 하루 하루 생활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다.

뉴스 소비방식 변화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 변화는 뉴스 산업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꿔놨다.

그 얘길 하기 전에 그래프부터 한번 살펴보자.

사람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2007년을 기점으로 수시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한창 화제가 됐을 때 나온 그래프다. 미국인들의 뉴스 습득 방식을 나타낸 그림이다.

저 그래프엔 선이 두 개가 서로 엇갈린 모양을 하고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 것은 수시로 뉴스를 확인하는 사람 비중,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보는 사람의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 아이폰 출시+안드로이드 출범으로 스마트폰 시대 본격화

저 그림에선 2007년에 골든크로스가 일어난다. 수시로 뉴스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보는 사람 비중을 넘어선다.

어떤 의미일까? 수시로 뉴스를 본다는 얘긴 독자들이 개별 뉴스 단위로 소비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론사가 제공하는 패키지가 시장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언론사가 편집한 내용을 독자들이 제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2007년에 저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물론 추세를 보면 이미 뉴스 구독 행태는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가파르게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뉴스 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 2015년 중순 이후 구글보다 페이스북을 경유한 뉴스 소비가 더 많아졌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폰이란 단일 상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폰이 나온 이후 곧바로 안드로이드폰도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혁명이 본격화했다.

나는 그 동안 여기까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란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접하게 됐다. 프리드먼은 아예 2007년을 기술의 변곡점이라고 꼽고 있었다.

프리드먼 역시 아이폰 얘기로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폰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 빅데이터 분석의 틀이 된 하둡도 2007년에 등장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페이스북이 13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이 2006년 9월이었다. 구글이 유튜브를 구입한 것도 한 해 전인 2006년이었다. 두 서비스 모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날개를 폈다.

아이폰과 함께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안드로이드가 공식 출범한 것 역시 2007년이었다.

그 뿐 아니다. IBM 왓슨연구소는 2007년 인지 컴퓨터 왓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텔은 그해부터 비실리콘 소재를 도입했다.

빅데이터 분석의 틀이 된 하둡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2007년이었다. 하둡 알고리즘은 수 십만대의 컴퓨터가 한 대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해줬다.

하둡용 구글클라우드스토리지를 이용한 클라우드 기반 하둡 클러스터 데이터 아키텍처

페이스북과 트위터, 링크드인은 곧바로 하둡을 기반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은 “그들이 일제히 2007년에 떠오른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은 뉴스 시장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2000년대 초반 음악시장이 경험했던 ‘패키지 해체’ 바람이 뉴스 시장을 강타한 때문이다.

이젠 일정한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뉴스를 보는 것은, 갓 구운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명품 빵가게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것만큼이나 보기 쉽지 않은 장면이 됐다.

그 여파로 개별 매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언론사 편집진보다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권하는 뉴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변화의 바탕을 따지고 들어가면 폭발적인 IT 기술과 서비스의 발달이란 요인과 만나게 된다. 모바일 플랫폼과 강력해진 컴퓨팅 파워가 뉴스 시장에 가져다 준 선물인 셈이다.

■ 최근 10년, 향후 10년…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최근 10년 사이의 이런 변화를 ‘뉴스 혁명’이라고 부르는 게 그리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리드먼이 ‘기술의 변곡점’이라고 진단했던 2007년으로부터 정확하게 10년이 흘렀다. 그 때 기술적 변곡점의 기반이 됐던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이제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관련기사

10년 전 하둡이 촉발시켰던 빅데이터 분석 열풍도 이젠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런 변화가 뉴스 시장엔 어떤 파장과 울림을 가져올까? ‘늦어서 고마워’란 독특한 제목의 책을 읽으면서 던져 본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내 삶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에, 더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