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약정 행정소송 가면… 쟁점은 ‘법 취지’

'이용자 차별 해소'가 ‘통신비 인하’로 탈바꿈

방송/통신입력 :2017/08/09 16:49    수정: 2017/08/09 16:49

정부가 다음 달부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할 방침인 가운데, 이통 3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이날까지 제출해야 하는 25% 상향조정에 대한 의견서에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법적 근거가 미비한 정부의 과도한 재량권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향후 5G 등 4차 산업혁명 인프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조정 시기를 9월로 예정하고 있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는 직전인 이달 말께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오늘 마감인 의견서에는 부정적 의견을 담아 전달할 계획”이라면서도 “행정소송 여부는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정을 하는 것은 이달 말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법 취지 훼손”

다만, 이통사들은 향후 행정소송을 진행할 경우 법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선택약정할인을 ‘통신비 인하’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25% 상향조정이 법리공방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도입된 선택약정할인은 자급제폰이나 중고폰 등으로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이용자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법 취지를 훼손하고 모든 이용자들의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이를 활용하려 한다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단통법 도입 당시 정부는 Q&A 자료에서 선택약정할인 도입 이유를 ‘지원금이 연계된 새 단말기로 교체하지 않는 이용자들에게도 혜택을 줌으로써, 불필요한 단말기 교체를 줄이고 자급단말기 시장을 활성화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선택약정할인 도입의 방점이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이용자들과 중고 자급제폰 이용자 간 차별을 막는데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가 통신비 인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통신비+단말구입비’를 의미하는 가계통신비란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이 어려워진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써 선택약정할인을 쓰려고 한다”며 “통신비 인하의 대체재로 활용하려 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 도입 당시 정부의 Q&A 자료

■ 차별 막는 제도가 오히려 차별 조장

선택약정할인이 새 휴대폰과 중고폰 가입자 간 지원금 차별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초기 12%에서 20%로 상향조정되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여기에 25%로 다시 한 번 상향조정되면 법 취지에서 더 벗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지만 선택약정할인 20%의 혜택이 지원금보다 크고, 고가요금제에 가입할수록 할인혜택이 커 반대로 지원금을 선택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타 제조사들과 달리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애플의 경우에는 이통사들이 아이폰 구매자들에게 선택약정할인이란 이름으로 지원금 수준보다 높은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가계통신비가 ‘통신요금+단말구입비’로 구성돼 있음에도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통사에게만 전가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의 도입 취지는 새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고 중고폰이나 자급제폰으로 가입하는 이용자들에게도 지원금을 차별하지 말고 지급하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제조사별로, 휴대폰 종류에 따라 지원금이 다른 시장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요금제에 따라 똑같이 요금할인율을 적용토록 하면서 애플과 같이 엉뚱하게 혜택을 보는 제조사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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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차별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제도가 소비자가 어떤 제조사의 휴대폰을 구입하느냐에 따라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준할인율을 정하는 공식에서 정부가 5%를 가감할 수 있느냐 5%p를 가감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나 미래부장관에게 주어진 재량권이 타당한 것이냐는 해석의 문제일 수 있다”며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이란 법제도의 도입 취지와 달리 법 집행이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