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연구진, 인간배아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 성공

과학입력 :2017/08/03 02:00

국내 연구진이 미국 연구진과 함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에 성공해 유전병 예방의 새로운 길을 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미탈리포프(Mitalipov) 교수 연구팀 등과 함께 인간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는 박테리아의 면역 체계에서 유래한 DNA 절단효소로, 특정 유전자를 없애거나 더할 수 있고,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할 수도 있다.

김진수 단장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인간배아에 유전자 교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을 통해, 비후성 심근증 변이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을 확률을 자연상태의 50%에서 72.4%로 높여서, 유전자가위로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비후성 심근증의 증상과 발병 원인

비후성 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질환으로, 인구 500명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데,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며 젊은 나이에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번 연구에서 IBS 김진수 단장 연구팀은 배아 실험에 사용할 유전자가위(크리스퍼 Cas9)를 제작하여 제공하고, 실험 후 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가위가 표적 이탈 효과 없이 제대로 작동했음을 확인했으며, 인간배아에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실험은 미국 OHSU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변이된 MYBPC3 대립유전자를 인식하는 가이드 RNA를 만들고, 환자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해 효과를 확인한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진에게 제공했다.

유전자가위로 인간배아 유전자 변이 교정 성공, 유전자가위 도입방식에 따른 유전자 교정 효율 향상 및 모자이크 현상 제거 효과

대립유전자는 부(父)계와 모(母)계에서 하나씩 받는 유전자(상동 염색체에 서로 대응)로, 이번 연구에서는 변이가 일어난 MYBPC3 대립유전자를 지닌 정자와 정상적인 MYBPC3 대립유전자를 보유한 난자를 제공 받아 실험했다.

오리건 대학 연구팀은 MYBPC3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로부터 얻은 정자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정상인의 난자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수정 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난자의 대립 유전자가 변이가 일어난 대립유전자를 교정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MYBPC3 변이 유전자를 가지지 않을 확률이 72.4%로 자연상태의 50%보다 22.4% 증가했다.

IBS 연구진은 인간 배아에 적용된 유전자가위의 정확성을 평가하기 위해 절단 유전체 시퀀싱(Digenome-seq) 기법과 전 유전체 시퀀싱(Whole Genome seq)기법으로 유전자가위가 적용된 배아의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절단 유전체 시퀀싱에서 절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23개의 비표적 절단 위치(potential off target) 중 어떤 곳에서도 유전자가위가 오작동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은 정교한 유전자가위 제작기술과 우수한 유전자교정 정확도 분석기법을 보유하고 있어서, 미국 OHSU 연구진의 제안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OHSU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과 국립의학원의 가이드라인과 기관 자체 가이드라인 및 과학윤리위원회 검토 등 미국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간배아 유전자교정 실험을 안전하게 수행했다. 한국은 생명윤리법에 의해 인간배아 유전체 교정 금지됐지만, 미국은 유전적 난치병 치료목적 기초연구를 위한 인간배아와 생식세포 변경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실험이 가능했다.

김진수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단장(왼쪽)과 박상욱 연구위원

특히, 이번 연구는 유전자 교정의 성공률을 높였다는데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수정 후 유전자가위를 주입해서, 같은 배아에 유전자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여있는 모자이크 현상(변이된 유전자를 후세대로 물려 줌)이 발생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난자에 주입해서 모자이크 현상을 극복함으로써, 유전자 교정의 성공률을 높였다.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38.138) 온라인에 한국시간 8월 3일 새벽 2시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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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높이고 안정성이 입증된다면 다양한 유전질환 관련 연구가 이루어져서 유전질환을 지닌 부모들이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수 단장은 “이번연구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인간배아에서 유전자가위의 효과와 정확성을 입증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