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 기자의 IT세상] 유영민 장관의 SW행보

데스크 칼럼입력 :2017/07/31 14:08    수정: 2017/07/31 14:09

“10년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8일 국내 소프트웨어(SW)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 말이다. 장관이 된 지 채 한 달이 안된 그는 이날 두 번째로 현장을 찾아 민간과 소통을 했다.

유 장관은 개발자 출신 첫 장관이다. 1970년대 대학을 다녔고, 직장(LG전자)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했다. 한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개발을 했고, 대기업의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를 지냈다. 국내 SW산업 육성을 책임지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도 맡았다. 근 30년을 SW현장에서 울고 웃었다.

그의 이런 전문성은 이번 간담회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하드웨어 중심 산업구조와 불합리한 수발주 제도, 가치 보장 미흡 같은 국내 SW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나열하며 SW 원격지 개발 허용, 공공 개발 SW 저작권 공동 소유 등 SW업계가 원하는 것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도 시행때부터 논란이 돼온 대기업SI의 공공사업 참여제한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쐐기를 박았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시선을 모은 건 태스크포스(TF) 결성이다. 과기정통부가 SW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이 주도했고, 지난 24일 이미 발족했으며, 학계와 산업계 등 20여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학 SW정책관이 실무를 총괄하고 TF 활동을 기반으로 다음달 말 유 장관이 주재하는 끝장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TF 이름이 재미있다. 유 장관이 직접 지었다는데 ‘아직도 왜’다. 이 이름에는 유 장관의 지난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장관이 되기전부터 여러 차례 SW현장을 방문한 그는 그때마다 SW산업 환경이 달라진게 없는 걸 보고 “매번 정부가 SW를 가장 잘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왜 아직도 이럴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곤 했다. '아직도 왜'가 나온 배경이다.

기자가 아는 그는 한번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국내 SW산업 활성화도 그렇게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

한 가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어느 기업인이 이야기 했듯이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없는게 아니다. 그동안의 수많은 간담회를 통해 이미 나올 건 다 나왔다. 그럼에도 이 모양이다.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이 ‘아직도 왜’ 라고 의문을 품은 것처럼 실행 부족으로 국내 SW산업은 10년 넘게 여러 고질병을 안고 있다. 이번엔 치유할 수 있을까. 과기정통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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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짜리 프로젝트가 60, 70원에 낙찰 받는 구조를 개선하러면 과기정통부만으로는 안된다. 정부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기재부)와 감사원이 도와줘야 한다. 기재부의 기본 마인드는 ‘깎자’다. 이 마인드에 대형 공공정보화 사업 예산이 뚝뚝 떨어진다. 감사원도 마찬가지다. 프로젝트 질은 따지지 않고 저가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런 구조에서 SW가치는 설 자리가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SW산업 활성화와 SW강국 코리아로 가는 키는 과기정통부보다 기재부와 감사원이 쥐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만들어진 TF에 SW인만 들어가 있으면 이번에도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그 TF에 기재부와 감사원 공무원들이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