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핵심은 사람이다

[신간소개] '사람을 위한 대만민국 4차산업혁명을 생각하다'

컴퓨팅입력 :2017/07/24 15:14    수정: 2017/07/24 15:3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전성시대다. 지난 해 ‘알파고 쇼크’ 이후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린다. 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 담론에 적극 동참했다. 다음달 공식 출범할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한 켠에선 “4차 산업혁명이 실체 없는 담론 아니냐”는 비판을 던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리는 나라가 어디 있냐는 신랄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실체 없는 담론’일 뿐일까? 정말로 4차 산업혁명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의 성찰에 불과한 걸까?

유웅환 박사가 쓴 ‘사람을 위한 대만민국 4차산업혁명을 생각하다’는 추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4차 산업혁명 담론을 ‘지금 이곳’으로 내려놓고 있다.

저자 역시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논란들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런 비판적 성찰의 바탕 위에서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희망과 냉소, 낙관과 비관, 기회와 소외라는, 마치 적녹색처럼 서로 상반된 신호등이 점멸하고 있음에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열차는 혁신기술을 장착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9쪽)

그렇다면 2017년 대한민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갖는 의미는 뭘까?

저자는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혁명이 되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이런 거대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진단은 명쾌하다.

“기술과 사람의 대립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의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일자리의 개수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49쪽)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자리라는 건 결국 국가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대중소기업 코피티션 중요…"퍼스트 무버로 전환해야"

그래서 저자가 던지는 또 다른 메시지가 바로 ‘경제성장에 대한 관점을 180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던 ‘패스트 팔로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 저자의 또 다른 주장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경제 환경에서는 오히려 혁신기술과 열린 기업문화로 무장한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성장 가능성을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 산업이 암울한 상태를 거듭해오는 동안 일자리의 약 90퍼센트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나왔다.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바탕엔 바로 이런 경제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5차 포럼'에서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대기업은 협력업체를 말 그대로 파트너, 생존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하며, 정부는 허울뿐인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소통과 상생임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간에 공정한 경쟁관계, 이른바 코피티션이 활성화된 경제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8월 중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본격 출범한다고 공언했다. 총리급 위원장이 이끄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대표적인 민관협동 기구로 운영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진두지휘할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이런 구도는 ‘정부는 추진자이자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가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원회에서 일자리위원회 본부장겸 4차산업혁명분과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점을 떠올려보면 이런 일치가 우연이 아니란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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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그 갈림길에서 어떤 이름으로 나아갈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다가올 세상은 단일 변수로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기술과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은 인간다움에 대한 사색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과 산업의 발견과 성장은 사람 중심의 문화 속에서 탄생한다.

(유웅환 지음/ 비즈니스맵, 1만2천원)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