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 문(門) 활짝 열리고 있다

[스마트카 2018] ③ 레벨3 제품 잇따라 상용화

카테크입력 :2017/07/21 14:00    수정: 2017/07/21 15:35

내년 스마트카 시장에서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패키지 기본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ADAS 패키지 중 FCA(전방충돌방지보조) 기능을 내년부터 판매되는 차종에 기본화하기로 하면서, 전체 ADAS 패키지의 기본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 판매 차량에 탑재된 ADAS 패키지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2 수준에 불과하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 수동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운전자는 전방 주시 의무를 지키고 수동 운전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출시된 차량 대다수는 스티어링 휠에 약 20초~1분 정도 손을 떼면 경고 메시지나 소리를 내보낸다. 스티어링 휠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레벨 2 수준의 ADAS 패키지는 내년부터 레벨 3로 진화할 예정이다.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는 유지되지만, 더 이상 경고음이나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간선도로 또는 고속도로에서 레벨 3 ADAS 패키지 성능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레벨 3 수준의 ADAS 패키지는 2018년형 캐딜락 CT6와 4세대 신형 아우디 A8에 적용된다. 국가별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될 수 있지만, 이같은 사양은 완전 자율주행 시대 기대감을 높여준 것은 분명하다.

<글 싣는 순서>

1. 전기차 주행거리 걱정, 내년엔 사라진다

2. 장거리 전기차 시대,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

3. 자율주행차 시대 문(門) 활짝 열리고 있다

4. '모빌리티 대세’…전장부품 업체들 뜬다

5. 스마트카 기술 주도해가는 핵심 인물들

지난 26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계명대 자율주행차 (사진=지디넷코리아)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인식보다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적 인식이 강했다는 인식도 있었다.

또 IT업계와 자동차 업체 간 협업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이들은 서로 합종연횡형 전략을 세우는데 소극적이었다. 업체간 수평적 관계를 지속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마인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극적이었던 업체 간 ‘합종연횡’ 전략은 지난해 1월 CES 2016이 열리고 나서부터 더욱 활발해졌다. 당시에는 엔비디아-아우디, 엔비디아-볼보, LG-폭스바겐, 삼성-BMW 연합이 전 세계 IT 및 자동차 외신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서로 협력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CES 2016에 마련된 폭스바겐과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CES 2016 당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기아자동차는 자체 자율주행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를 최초로 공개했지만, 다른 업체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아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당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CES 2016 개막 이후 뒤늦게나마 시스코와 바이두등과 손을 잡았다.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 개발과 인공지능형 서비스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는 KT 기가지니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진우 현대차그룹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 상무는 지난 5월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내부적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 IT 관련 인력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이런 분야의 인력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인력과 다른 업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것이 그의 기본 골자다.

현대자동차는 CES 2017에서 완전자율주행 콘셉트카인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오토파일럿 실행중임을 알려주는 테슬라 모델 S 90D 클러스터 (사진=지디넷코리아)

■기회 노리는 중소업체들...법규 완화가 관건

업체간 합종연횡 전략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문이 열리자, 이를 노리는 중소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자율주행 벤처기업 언맨드솔루션은 ‘자율주행’ 기술 구현의 범위를 자동차가 아닌 모든 ‘탈 것’으로 넓혀가고 있다. 트랙터, 전동 휠체어 등도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가면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언맨드솔루션은 최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그린카전시회에서 동양물산기업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트랙터용 차량 제어 장치(VCU)를 통해 가감속, 변속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같은 트랙터가 농경용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고도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전망이다.

언맨드솔루션이 선보인 자율주행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의 범위가 자동차에서 모든 탈 것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레이더 장치 없이 카메라 만으로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하려는 기업이 있다.

스마트폰 연동 ADAS 제품을 선보여 주목받은 한양정보통신은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상용화 목표 제품 ‘HX-510'의 시연회를 열었다. 윈드쉴드에 부착된 카메라가 핵심인 이 제품은 자동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보조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한마디로 레벨 2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디넷코리아가 해당 제품이 달린 자동차에 탑승한 결과, HX-510은 웬만한 완성차 업체들의 부분자율주행 시스템과 이질감이 없었다. 차선 인식도 원활하게 이뤄졌고 앞차와의 간격 유지도 부드럽게 진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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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X-510 제품이 탑재된 한양정보통신 소유 그랜저 HG 내부. 부분 자율주행 테스트 중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 중소기업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법규 완화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판매 완료 자동차에 차선유지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하드웨어를 부착하는 것은 아직 법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카메라를 활용한 차선이탈경보, 보행자감지경보, 후측방 경보 등의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현재 시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며 “자율주행차는 완성차 업체 스스로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기술력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사회적인 구조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