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코트라, 韓 중소기업 지원 속내는?

“페북 광고시장 확대 전략, 코트라 해외 진출 성과”

인터넷입력 :2017/07/13 15:59    수정: 2017/07/14 14:02

페이스북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함께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나서 그 배경과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이스북과 코트라는 지난 12일 양재동 코트라 서울 본사에서 중소기업 수출 지원 프로그램인 ‘메이드 바이 코리아’ 성과와 비전을 소개하는 출범식을 개최했다.

페이스북은 올 3월 57개 중소기업 1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첫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진행했다. 양측은 연말까지 해당 프로그램 지원 대상을 400여 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사업기획 ▲전략 수립 ▲마케팅 ▲수출 실무 ▲온라인 마케팅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 기간은 8주다. 선정된 기업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마케팅과 해외 진출 노하우를 전수받게 된다. 교육에는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카페24와 메이크샵 등도 지원한다.

그러면서 페이스북과 코트라는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참여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엇을 기대하고 노린 전략일까.

■ 비용 부담 적고, 기대효과 커

페이스북-코트라 메이드 바이 코리아 출범식 기념 사진.

일단 메이드 바이 코리아 프로그램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페이스북이 부담하지만 큰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다.

교육 공간도 이미 페이스북이 구축한 중소기업 교육 공간인 ‘페이스북 비즈니스 허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교육 인력도 페이스북 내부 인력과 카페24와 메이크샵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코트라가 별도로 집행하는 예산도 거의 없다. 페이스북이 참가사들에게 소정의 마케팅 비용을 제공하지만, 이 역시 페이스북 광고 매출로 회수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

특히 페이스북은 그 동안에도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대상 마케팅 행사를 열어 관련 예산을 집행해 왔기 때문에 별도 예산 집행에 대한 고민이 사실상 필요 없다.

2015년에는 페이스북 마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는 ‘마케팅 부트캠프’를 서울, 대구, 울산 등에서 대규모로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여성 사업가의 온라인 창업과 경영을 돕는 ‘#그녀의비즈니스를응원합니다’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페이스북 입장에서 기존에 집행한 마케팅 예산을 활용해 메이드 바이 코리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 주 업무인 코트라와 손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코트라, 국내 기업 해외 진출 성과

코트라.

메이드 바이 코리아는 코트라 수출창업지원팀과 수출기업화지원실 등이 기획해 제안하고, 이를 페이스북, 카페24, 메이크샵 등이 동참한 프로그램이다.

코트라는 이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의 KDDI 등과 협력해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에 페이스북과도 손잡아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기획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구글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무역을 지원하는 정부투자기관으로서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창업 기업들을 잘 연결 지을 수 있는 기획만 잘해도 예산 집행 없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 효율적인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중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중소기업들이 나오면 코트라의 성공 사례가 되기 때문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 유한회사 페이스북코리아, 공익 기여 이미지 효과

경찰청-페이스북 실종경보 협약식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이번 코트라와 같은 공공기관들과 손을 잡으면 잡을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인 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공익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안길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번 코트라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뿐 아니라, 지난 2015년 경찰청과 실종 아동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유괴 아이를 찾는 경보가 발령될 경우, 실종 지역 약 100km 내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뉴스피드 상에 실종 아동과 납치 피의자 정보 등이 뜨는 서비스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국내에서 많은 이용자와 광고 파트너를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외국계 기업인만큼 규제 적용에 있어서도 국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의 마케팅과 해외 진출에 기여함으로써, 또 경찰청과 함께 실종아동을 찾는 데 기여하는 것 등으로 이런 비판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페이스북 잠재 광고주(중소기업, 스타트업) 확보에 유리

코트라 이민호 수출기업화지원실장(가운데)이 코트라-페이스북 지원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대한 강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페이스북코리아 입장에서 유망한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잠재 광고 파트너다. 대부분의 페이스북 광고주들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면 결국 페이스북 광고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 측은 기자 간담회에서 400개 기업을 지원한다고 해서 페이스북 매출에 기여도가 낮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지사 입장에서 1년에 400개 기업을 페이스북 광고주로 끌어들이는 성과는 또 다른 얘기일 수 있다.

이 밖에 교육 지원을 하는 카페24, 메이크샵은 메이드 바이 코리아 참여 기업들을 자체 웹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종합하면 페이스북과 코트라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성장이라는 큰 그림 아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각사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깔린 셈이다. 코트라는 해외 진출 성과를, 페이스북은 광고 매출 향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은 이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고 앞으로도 확대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계획을, 코트라는 거의 예산을 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이면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계산이 숨어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업계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글로벌 광고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는데, 한국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 돼 있고 모바일 활용도가 높아 매력적인 지역”이라며 “이번 코트라와의 국내 중소기업 해외 진출 프로그램도 하나의 명분일 뿐, 글로벌 광고 시장 확대 전략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