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보급 확대되지만 관리는 엉망

고장난 채 방치되고 일반차 주차로 충전 방해하고

카테크입력 :2017/07/06 08:39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인 충전 인프라가 늘고 있지만 관리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1천320기다. 환경부가 671기를, 지자체와 민간 단체가 649기를 설치했다. 정부는 또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급속충전기 수를 3천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과 여가 생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몰링(Malling)형 충전소’ 건설을 위해 공공 완속충전기도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충전기의 전원이 꺼지거나 쓰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일반차가 주차돼 있어 충전 기회를 빼앗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과 전기차 소유주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충전소에 일반 차량 주차돼 있어 충전 방해

서울 전기차 충전소 중 10기 이상의 충전기(급속, 완속 포함)가 설치된 곳은 용산역 아이파크몰 달주차장 F층,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잠실 롯데월드몰 등이다. 특히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지하 2층에서 4층까지 총 90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중 지난 2월 24일 이후 130여일간 충전 서비스를 진행중인 용산역 아이파크몰 달주차장 F층 충전소를 지난 2일 직접 찾아가봤다.

이곳은 한국전력의 완속충전기 11기, 급속충전기 10기가 설치된 곳이다.

지난 2월 9일 개장 이후 수차례 문제점이 지적돼왔던 곳이다. 개장 행사 당일에는 아이파크몰 공사 관계로 곧바로 충전 서비스가 되지 못해 2주 뒤인 2월 24일부터 서비스가 연기되기도 했다. 그 후에는 일반 차량의 주차가 빈번해 충전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된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 모습. 지난 7월 2일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지난 2일에도 해당 충전소에는 K7, 제네시스, EQ900 등 일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충전기 주변에는 ‘전기차 우선’, ‘전기차 충전용 주차공간입니다’ 문구가 부착됐지만 해당 차주 운전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주차를 한 것이다. EVwhere나 환경부 충전정보인프라시스템을 확인한 후 찾아온 전기차 오너들에겐 허탈감을 줄 수 있는 풍경이다. 주변에 주차 안내 요원이 배치됐지만, 내연기관 차량의 충전구역 주차에 대해 제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이파크몰 측은 매출 증대를 위해서 일반 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내 주차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문제는 일반 차량의 충전구역 주차 금지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이상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차 충전구역 주차는 용산역 아이파크몰 뿐만 아니라 다른 충전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산업부와 별도 논의를 진행했지만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충전 구역 내 라바콘 설치가 일반 차량의 충전 구역 주차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지만, 아직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2층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라바콘 설치가 일반차량의 충전구역 주차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뽑히고 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처벌 및 법적근거를 정부가 마련하지 못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오류로 작동되지 않은 충전기도 먼지 낀 채 방치

충전기 자체의 오류로 인한 충전 불편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슈퍼차저가 설치된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파르나스 지하주차장에는 중앙제어 제품의 완속충전기가 여러 대 설치됐다. 그렇지만, 이 충전기는 설치된지 꽤 지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충전기에 부착된 화면을 눌러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EVWhere 등 충전정보인프라 시스템에는 해당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를 하고 있지만, 충전정보 인프라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전기차 오너들에겐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전원이 꺼진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파르나스 지하주차장 전기차 완속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완성차업체 서비스센터에 설치된 완속충전기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서비스 가맹점의 경우, 오랫동안 충전기 전용 전력을 운영하지 않아 충전기 운영이 중단됐다. 해당 충전기는 현대차의 충전인프라정보시스템에 반영된 곳이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량을 누적 3만대, 내년 6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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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같은 충전기 운영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전기차 이용자 간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 겸 대림대 교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전기차 충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관제 센터가 우리나라에 만들어지지 않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다"며 "충전기 2만2천기 이상이 설치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충전기 관리 문제와 고장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의 제도적인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