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디딤돌'로 점프하나

경영권 없이 시너지 효과 어떻게 낼 지가 관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6/21 16:09    수정: 2017/06/22 14:09

도시바가 21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선택하면서 향후 SK하이닉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로벌 낸드 시장 5위인 SK하이닉스가 이 분야 2위인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한 까닭은 D램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낸드 부문으로 크게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독점금지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당장의 경영권 확보보다는 지분 참여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인수전에서 확실하게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분 참여를 통해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 게 최대 관전 포인트다.

■ "낸드 5위 SK하이닉스와 2위 도시바…시너지 효과 클 것"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3위를 기록했던 도시바는 올해 1분기 점유율 17.2%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경영난에 휩싸인 도시바가 아직까지 낸드 시장에선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지표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글로벌 낸드 시장서 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21일 선정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초 업계 최초로 72단 256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1분기 실적발표에서 "72단 3D 낸드 단품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모바일과 SSD 제품에 대해 내부 인증을 진행 중"이라며 "응용분야마다 고객인증에 걸리는 시간에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는 SSD 제품과 모바일 제품의 출시가 이뤄질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또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2천895억 원과 2조4천657억 원으로 기록됐다. 2분기에도 영업이익 2조원 대 달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처럼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을 이어나가는 SK하이닉스가 업계 2위인 도시바의 기술력을 등에 업을 경우 급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만약 도시바의 시장 점유율 절반만 확보해도 업계 2위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한 도시바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SK하이닉스로선 큰 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SK그룹의 과거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M&A)은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LG실트론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성공적이었다"며 "그동안의 의사결정 결과를 실적과 기업 가치 관점에서 따져볼 때 4번째 대규모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실적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며 ▲2D 낸드 규모의 경제 달성 ▲3D 낸드 시설투자 확대 ▲웨이퍼 등 핵심 원재료 조달 등을 꼽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3위를 기록했던 도시바는 올해 1분기 점유율 17.2%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는 막대한 손실을 입고 경영난에 휩싸인 도시바가 아직까지 낸드 시장에선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지표다. (자료=지디넷코리아)

■ 경영권 확보 못해 '반쪽 인수'에 그칠 우려도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고심 끝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도시바 관계자는 국외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기술 이전 등 영향력을 사실상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21일 일본 일간공업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새로운 주인으로 유력시되는 한미일 연합에는 일본 관민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를 비롯,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일본기업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도시바를 인수해 과반이 넘는 지분을 가지고 주도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반면, 도시바메모리와 동종업체인 SK하이닉스의 경우, 독점금지법 통과를 위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SK하이닉스가 당장 도시바의 지분을 확보하긴 어렵게 됐다"면서 "언론에선 SK하이닉스가 약 15% 정도의 도시바 지분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하지만 아직 한미일 연합 내부서 결정된 바가 없으므로 판단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기업 실사를 통해 내부 시설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정도까지 공개할 지 역시 불확실하다"며 "만약 도시바의 3D 낸드플래시 기술 수준이 기대 수준 이하일 경우, 실제 SK하이닉스가 이윤을 볼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시바.

과거 업계의 인수합병 사례를 보더라도,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당장 이익을 볼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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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의 반도체 회사 엘피다를 인수한 후 시장점유율이 두 회사 점유율의 합계에 미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며 "이는 반도체 업계서 ‘1+1=2’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시바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일 연합을 도시바메모리의 최종 매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