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독과점 해소 ‘기본료 폐지’가 답인가

[기본료 논란(하)]장단기 해법 알뜰폰-제4이통

방송/통신입력 :2017/06/15 07:57    수정: 2017/06/15 08:00

김태진, 박수형 기자

“행정부는 법제도를 토대로 집행하는 곳입니다.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일을 만들어오라고 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정부 관계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20% 통신비 인하 공약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압박할 때 당시 야당에서는 실효성 없는 공약 이행이라고 비판했었다. 지금은 그보다 더하다.”(국회 관계자)

“무엇을 얘기하든 기승전 ‘기본료 폐지’로 귀결되기 때문에 다른 대안으로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통신업계 관계자)

이제 기본료 폐지로 대표되는 통신비 인하 해법 찾기의 공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게 넘어갔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미래부의 업무보고,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가며 기본료 폐지를 밀어붙이려 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유영민 후보자에게 기본료 폐지, 나아가서는 통신비 인하 방안을 줄기차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 후보자 역시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통신 정통관료라고 하는 김용수 2차관이 임명되면서 국정위가 업무보고를 하루 늦춰가면서까지 기본료 폐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결국은 재보고로 결론났다”며 “장관 후보자가 며칠 만에 해법을 찾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정위가 기승전 ‘기본료 폐지’로 끝을 맺는 통신비 절감 방안에 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정위가 기본료를 폐지하겠다는 근본적인 이유가 통신 산업을 독과점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 이 같은 틀을 깨는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다. 2010년 시작된 제4이통사 선정 작업은 지난해 1월 일곱 차례 모두 무산되면서 일단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경쟁 활성화 정책의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5월 국정위의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2개의 대형항공사가 독점하던 구조를 저가항공사가 나오면서 허물었고 경쟁체제가 더 강화됐다”며 “또 몇 천 명씩 고용이 이뤄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됐는데 이러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제4이동통신”이라고 말했다.

국정위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또, 기본료 폐지가 현실화됐을 때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알뜰폰 업계를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중장기적으로는 제4이통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지적이다.

참여연대 역시 지난 2015년 10월 낸 ‘단말기유통법 시행 1년 평가 및 정책제안’ 보고서에서 “알뜰폰 사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를 원가 기준으로 산정하고, 이중 납부의 문제 소지가 있는 전파사용료는 알뜰폰사업자에게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13일 기본료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통신시장 독과점으로 통신비 인하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인위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보다 알뜰폰 제도 개선을 통한 서비스 공급시장 활성화가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싼 통신비가 문제라며 이통사에게 기본료를 폐지하라고 하는 것은 비싼 이통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고 저렴한 알뜰폰을 쓰라고 소비자에게 강제하는 것과 같다”며 “알뜰폰이 통신비 절감에 유효하다는 게 입증됐다면 이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로 자리를 옮긴 전병헌 정무수석비서관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제4이동통신 선정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도 “가계통신비 인하의 실효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알뜰폰 활성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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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알뜰폰 상위 10개사 중 3개사가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이를 통한 통신비 인하 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수단으로도 제4이통이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의 통신비가 비싸다고 그 자회사들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면서 “정부가 제4이통사를 선정하고 이 사업자가 저렴하게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망을 임대하면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 수 있고 기존 이통 3사와 경쟁 활성화 구도를 만들면서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