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이재용 재판 증언대 설까

"특검, 朴 직접 신문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디지털경제입력 :2017/06/14 15:40    수정: 2017/06/14 18:1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이 28회째 진행된 가운데, 삼성으로부터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키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증인신문을 이른 시일에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이 부회장 재판에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스1)

■ 朴-李 독대서 대체 무슨 말 오갔나

재판의 핵심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지난 3차례 독대에서 대가성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2015년 7월, 2016년 2월 총 3차례 단독으로 면담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 씨와 주변인물 등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준 것 ▲삼성물산 합병 등 이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된 작업 등 두 인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해 대가성 청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또 이는 특검 측의 공소 사실을 입증할 열쇠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대 당시의 상황을 입증할 자료는 없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만이 당시 독대 내용에 대해 인지할 뿐이다.

연일 재판에 출석하는 이 부회장은 "독대서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렇다보니 특검은 제3자의 진술 내용과 증언을 토대로 '정황적 의심'에 가까운 주장을 펼친다. 그 근거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과 '대통령 말씀자료'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2015년 7월 25일) 이후 본인의 수첩에 ‘삼성 엘리엇 대책’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수첩에 대해선 양 측의 해석이 분분하다. 삼성 측은 위법 수집 증거 등의 이유를 들며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있다.

또 특검은 독대 전 준비된 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1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증언과 불일치한다.

정 전 비서관은 "일반적인 말씀자료는 그대로 읽어도 문제가 없도록 구성돼 있지만 당시 독대 전 작성된 말씀자료는 기존 자료와 달랐다"며 "이는 단순한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월 27일 제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삼성, 특검에 "실체적 증거를 대라"

삼성은 지난 4월 열린 첫 공판부터 줄곧 자신들이 청와대의 강요를 받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정 대가를 바라고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공개한 삼성 전·현직 임원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특검 측의 주장은 모두 정황이다. 실체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일례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과 부회장이 면담했을 당시 승마협회를 크게 질책했다"면서 "당시 대통령이 '승마를 하려면 좋은 말도 사야하고 올림픽에 대비해 해외전지훈련도 가야하는데 삼성이 지원을 제대로 안 한다'고 이 부회장을 꾸짖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 부회장 측은 "불법적인 특혜를 받아 경영 현안을 해결할 생각도 없었고 시도하지도 않았다"면서 "승마·미르·K스포츠 등에 대한 금품 제공과, 경영 승계는 서로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뇌물 공여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특검-삼성-재판부 모두 박 전 대통령 증인신문 원하지만…

아직까지 확증을 제시하지 못한 특검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한 모습이다.

양재식 특검보는 지난 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세 차례 독대 때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삼성 측 주장대로 질책과 강요, 압박이 있었는지 신문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제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당사자로 추측되는 만큼 직접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신문이 적어도 한 번 쯤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증거로 제시될 것"이라며 "그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증인신문에 앞서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은 재판부의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당사자로 명시됐기 때문에 그를 증인신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동 부장판사 본인도 2일 "재판 일정을 봐서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 기일을 적절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공판이 진행되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처럼 특검, 삼성, 재판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을 바라고 있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법정에서 대면할 가능성은 낮다.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은 지난달 19일 열린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서 이미 한 차례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김진동 부장판사를 비롯한 재판부가 방청석에 깜짝 등장해 재판의 양상을 지켜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이 부회장 등의 공판은 1개월간의 서증조사를 지나 증인신문에 돌입했다. 지난 10차 공판부터 진행된 증인신문에 출석한 인물은 총 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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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신청한 증인신문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이 성사된다면, 특검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종료되는 다음달 중순 쯤 진행된다.

이 부회장은 오는 8월 27일 구속기한이 만료된다. 재판부는 그 전까지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신문과 피고인 신문, 결심공판, 선고공판을 차례로 마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