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는 기본료 폐지 해법 왜 못찾는 걸까

현행 법제도상 강제 방법 없어…대안도 쉽잖아

방송/통신입력 :2017/06/07 18:13    수정: 2017/06/08 10:17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업계가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 공약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미래부에 이행 방안을 찾아오라고 최후통첩을 했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는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오는 주말까지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방안을 다시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국정기획위는 또 미래부 외에 이동통신사와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도 직접 수렴키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특히 두 차례에 걸친 미래부의 업무 보고에 대해 탐탁치 않게 받아들이다가 김용수 미래부 2차관 임명과 함께 미래부를 더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제는 미래부로서도 현재 법제도 만으로는 해결할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미래부는 왜 기본료 폐지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가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8개항 가운데 하나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가입자 당 월 1만1천원의 요금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화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공약을 현행 법제도 하에서 실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들에게 통신요금 인하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기본료 폐지는 기업의 재산권을 법률로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 공약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본료 폐지에 대한 만족할 만한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 차원에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만 현행 법체계에서 이를 실현시킬 제도적 근거가 없다”며 “주말까지는 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래부가 통신사의 요금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이용약관 인가대상 사업자(시장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를 통해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 2항에는 ‘사업규모와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기간통신서비스의 경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미 인가받은 이용약관에 포함된 서비스별 요금을 인하하는 때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시장 지배적사업자가 요금인상을 할 경우에는 정부가 ‘인가제도’를 통해 개입할 수 있지만 요금인하를 할 경우에는 신고만 하도록 돼 있다.

구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인가제도는 지배적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거나 반대로 담합 등을 통해 요금인상을 꾀하려고 할 때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하지만 고착화된 시장구조와 규제 완화 추세 속에서 요금인하는 자율로, 인상의 경우에만 제한토록 바뀌었고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는 이마저도 폐지해 완전 자율로 만들기 위한 법안이 상정돼 계류돼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요금인상을 할 때는 정부가 나서 제동을 걸 수 있지만 요금인하를 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이동통신시장에서는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만 해당되고 KT와 LG유플러스는 해당 사항이 없다.

대통령의 또 다른 가계통신비 절감 공약사항인 ‘통신사의 자발적 통신비 인하 유도’에서 통신사에게 주파수 경매(할당) 시 통신비 인하방안을 사업계획서에 포함시켜 제출토록 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민간 사업자에게 서비스 요금인하를 초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할 때 요금인하 계획을 포함시키는 우회로를 만들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날 최민희 경제기회자문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이 브리핑에서 “지금 기본료 형태는 2G와 3G, LTE 일부”라며 “(통신업계가 기본료를 일괄 폐지하면 7조9천억원의 손해를 입는다고 한 것은)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한 것”이라고 말하며 일괄 폐지가 아닌 사실상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인 것도 이 같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 강압적인 기본료 폐지가 불러올 부작용도 우려돼

이처럼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일이지만 현실의 문턱을 넘을 만한 묘안이 없다는 점에서 난제다. 오히려, 정부가 억압적인 규제로 폐지를 유도할 경우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증권가에서는 새 정부가 인위적으로 요금인하를 추진할 경우 통신사들이 기본료를 없애는 대신 통화료를 인상하거나 현행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를 ‘1만1천원+종량요금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통사들은 월 1만1천원의 기본료를 일괄 인하하면 2014년을 기준으로 연간 약 7조9천억원의 영업이익 감소와 최대 5조4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이동통신 3사 가입자는 5천501만1천80명(알뜰폰 가입자 제외)으로 이들 가입자들에게 1만1천원을 일괄 인하할 경우 월 6천억원, 연간 7조2천억원이 매출이 줄어든다.

시민단체 등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2016년 마케팅 비용이 7조6천억원에 이른다며 이를 축소해 충분히 기본료를 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마케팅비의 일부인 단말기 지원금 등이 줄어들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도긴개긴’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업자들이 이를 핑계로 망 투자나 유지비용을 줄일 경우 서비스 품질 저하는 물론, 후방 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매년 통신 3사는 약 6조원의 설비투자를 해오고 있다.

더 골치 아픈 일은 그동안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 대안으로 육성해 온 알뜰폰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알뜰폰은 경쟁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내는데 가장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3월 알뜰폰 가입자는 700만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 약 11%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기본료 1만1천원을 일률적으로 인하할 경우 알뜰폰 가입자 이탈과 함께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알뜰폰 가입자의 76%가 기본료가 없거나 적은 음성을 위주로 한 2G, 3G 가입자이고 선불 가입자가 40%에 이를 정도로 열악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알뜰폰 업계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료 폐지가 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면서도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면제 등 정부 지원정책으로 성장해 온 터라 속만 끓이고 이를 지켜보고 있다.

최민희 자문위원이 지난 2차 미래부 업무보고 직전 알뜰폰에 대한 해법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이디어를 달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딜레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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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의 요구대로 이번 주까지 최대한 방안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지만 뾰족한 수를 만들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따라서 내달 초로 활동이 종료되는 국정기획위가 만족할 수준의 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미래부 보고 이외에 시민단체 미팅과 이동통신 3사 면담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한 만큼 이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서 구체적 실행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