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김상조 공정위장에 기대 반 우려 반

'기업 사정 잘 아는 현실주의자' vs '두고 봐야'

디지털경제입력 :2017/06/05 17:37

새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김상조 후보자가 공식 취임을 앞두면서 재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5일 정·재계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회가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을 빚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설상 청문 보고서가 불발 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김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재벌 개혁을 천명한 '김상조 공정위' 시대를 맞이하는 재계는 긴장 모드다.

그나마 김 후보자가 지난 20년 동안 재벌 기업의 지배 및 소유구조 등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몰두해 온 인물이기에 누구보다 재계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기대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선 당시부터 김 후보자가 언론 등을 통해 공정위원장으로 심심치 않게 거론됐기 때문에 크게 놀라거나 하는 것은 없다"며 "오히려 그가 기업 사정을 잘 아는 현실주의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칼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가 비현실적 이상주의자라기보다 합리적 시장주의자라는 기대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난다. 재벌 개혁과 관련 해체 등 강력한 개혁안을 주장하는 급진 개혁세력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평가가 많다.

김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재벌 개혁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 "재벌 개혁의 큰 목표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또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재벌총수 국회 청문회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관련 무조건적인 해체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국내 계열사만 60개에, 해외법인까지 400개에 달하는 그룹이 컨트롤타워 없이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컨트롤타워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비공식 조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인 만큼 과거처럼 소속과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과 시장과 사회의 승인을 받아 지주회사로 전환해 법적 근거를 갖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오랜 개혁진보진영인 시민사회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사회 투명성 제고 등 근원적인 해결책에 대해 일관된 그의 평소 신념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을 상대로 20년간 시민운동을 한 그가 핵심 사안에 대해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2000년 초반부터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과 손잡고 삼성 등 재벌의 지배구조와 거수기 이사회를 집중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라며 "취임 후 실제 어떤 행보에 나설지는 기업 입장에서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김 후보자는 2004년 2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참석해 독립 사외 이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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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 후보자가 상위 4대 그룹을 콕 집어서 경제력 집중과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집행에 나서고 총수일가 사익 편취 등을 감시하는 기업집단국 신설을 천명한 것은 재계 입장에서 이래저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재계에서는 김 후보가 재벌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세습 경영'과 '황제 경영'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향후 어떤 자세를 취할 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7일 전체회의에서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