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바람' 탄 구글, 막힌 中시장 뚫을까

7년전 검색 등 철수…견제 여전해 쉽지 않을듯

인터넷입력 :2017/05/24 15:23    수정: 2017/05/24 16:1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알파고 파워’를 앞세운 구글이 만리장성 안에 다시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까?

구글 알파고가 23일 중국 저잔성 우전에서 열린 커제 9단과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AI) 파워를 만천하에 알렸다.

특히 그 동안 구글 서비스에 대해 강력한 검열 의지를 보였던 중국인만큼 알파고 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파고 열풍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구글 견제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씨넷)

■ '커제-알파고' 대결, 인터넷 스트리밍 중계 막아

구글이 처음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0년 전이었다. 당시 구글은 중국의 엄격한 검열 기준을 지키겠다는 약속과 함께 중국 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 해커들이 구글 내부 서버를 해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사건으로 지메일 서비스로부터 중국 인권 옹호자들의 정보가 공개돼 버린 것.

이에 맞서 구글은 중국어 서비스 서버를 홍콩으로 옮긴 뒤 모든 검열을 피해갔다. 그러자 중국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이 구글 서비스를 차단해버렸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에서 구글의 존재감은 사라져버렸다.

물론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건 구글 만은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미국 대표 인터넷 서비스들도 중국에선 막혀 있다.

차이나디지털타임스에는 중국 정부가 커제 9단과 알파고 간의 바둑 대결 인터넷 생중계를 못하도록 했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이번 알파고 이벤트가 관심을 끄는 건 이런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알파고 이벤트를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노린 구글로선 이 참에 아예 중국 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놓길 내심 기대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현지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의 이런 바람은 실현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 쏠린 엄청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국 내부에선 이렇다 할 보도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대회는 중국 내에선 인터넷 생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은 ‘누가 막았는지’ 분명친 않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황상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 국영방송도 중계 취소…대회 보도에 '구글'은 거론 안돼

그 뿐 아니다. 중국 국영 방송들도 이번 대회를 중계해주지 않고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번 대회 직전 중국 국영방송의 텔레비전 중계가 취소됐다.

와이어드는 또 중국 언론들의 행보도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최근까지 알파고와 커제 9단 간의 세기의 대결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중국 국영 언론사들은 대회 이틀 전 돌연 보도를 중단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대회가 열리는 저잔성 지역 언론들만이 이번 경기에 대해 충실한 보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알파고와 구글을 연결할 수 있는 보도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제 9단과 알파고의 1국이 중반을 넘어서는 중이다.(사진=바둑TV 화면캡처)

현재 구글이란 이름을 자유롭게 보도하고 있는 것은 우전 지역 영어 방송 뿐이라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와이어드는 이런 점을 근거로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는 지난 해 서울에서 열렸을 때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편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이런 분위기 차이는 물론 지난 해와 올해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부분도 영향이 있다. 지난 해는 이세돌 9단이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인공지능의 힘을 확인한 올해는 커제 9단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는 구글과 중국 정부의 미묘한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알파고 바람’을 타고 만리장성을 넘으려는 구글의 야심이 실현되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