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공세 넘을까

구매력 없는 잠재 광고주-경쟁사 따라하기 넘어서야

인터넷입력 :2017/05/12 11:07

손경호 기자

지난 3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던 스냅의 첫 성적표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10대~20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메신저 스냅챗의 주요 기능들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거의 그대로 베끼다시피하면서 견제에 나서고 있는데다가 스냅챗의 주 사용자층이 잠재적인 소비자가 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은 아니라는 인식 탓이다.

스냅은 10일(현지시간) 2017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은 1억4천96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배가 늘었으나 무려 22억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스냅은 임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2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했다. 에반 스피겔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이중 7억5천만달러를 가져갔다. 여기에 더해 2억800만달러 현금을 소비하는 등 손실 폭이 커졌다.

이 회사는 월스트리트가 전망한 1억5천800만달러 매출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한 주당 가격은 2.31달러가 떨어졌으며 실적발표 당일인 10일 22.93달러에서 이튿날 18.0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기업공개 당시 주가가 17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상장 초기나 다름 없는 셈이다.

전년 동기 대비 하루 평균 활성 사용자수(DAU)는 1억6천600만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6% 늘었지만 수익성은 그만큼 높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구매력 없는 잠재 소비자…"광고API로 극복할 것"

스냅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스냅챗이 10대~20대 젊은층을 주 사용자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광고주 입장에서 당장 피부에 와닿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탓이다.

TV나 종이로 인쇄된 광고에서 벗어나 미래에 구매력이 높은 잠재 소비자를 발굴할 수는 있지만 현재 광고주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스냅은 자동화된 광고API를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반 스피겔 CEO는 "매일 사용자들이 30억개 스냅(스냅챗에 올린 콘텐트)을 만드는 중"이라며 "스냅의 광고 노출 중 20% 이상이 광고API를 통해서 왔다"고 말했다.

광고API는 자동화된 광고 판매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스냅측은 광고API 노출 비중이 점점 빠르게 커져가고 있으며, 아이폰 외에 안드로이드폰 대상 광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가 직접 소비로 이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지표 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냅챗, 페북 공세에 새 기능 추가로 대응

이에 더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공세를 넘어서는 것도 스냅챗의 과제다.

IT매체 더버지,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스냅 상장을 전후로 자체 서비스와 자회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스냅챗을 겨냥해 새로 추가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이미 2억명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밖에도 페이스북은 메신저데이, 왓츠앱 스테이터스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대부분 스냅챗 스토리 기능을 따라하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징도 24시간 지나면 사라져 버리는 스냅챗의 대표 기능을 거의 그대로 모방했다.

이 같은 공세에 스냅은 스냅챗에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면서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NBC유니버셜, ESPN, ABC 등 방송콘텐츠 제작사들과 협업해 스냅챗 스토리에서 3분~5분 사이 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쇼라는 기능을 선보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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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냅챗 스토리에 검색 기능을 추가해 특정 주제에 대해 일반인들이 올린 글을 볼 수 있게 했다. 매직이레이저 등과 같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툴을 마련하는가 하면 월드렌즈라는 기능을 개편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면서 각종 이모티콘을 표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면서 재미를 주는데 집중했다.

이어서 페이스북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스피겔 CEO는 "사람들은 당신이 대단한 것을 만들면 그대로 따라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 전략을 개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후가 검색창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구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스냅챗의 주요 기능을 거의 베끼다시피 하면서 최근 사용자들이 늘어난 것을 두고 에둘러 지적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