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특검의 '불러주기식 조서' 논란

10일 11차 공판서 비덱스포츠 전 직원 진술 번복

디지털경제입력 :2017/05/10 17:56    수정: 2017/05/10 17:57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400억 원대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특검의 조사 방식에 신빙성이 없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11차례 진행된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이 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른바 '불러주기식 조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11차 공판에서는 최 씨가 독일에 세운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에서 근무했던 김찬형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비덱스포츠와 비덱타우누스호텔 등에서 근무한 김 씨는 승마 관련 지출 내역 영수증 및 인보이스(송장) 처리를 비롯해 해당 호텔 업무를 관장했던 인물이다.

이날 특검은 김 씨가 올해 1월 검찰조사서 '삼성이 최 씨의 요청으로 (정 씨에게) 마필을 공여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며 최 씨에 대한 삼성 측의 뇌물공여 사실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진술 조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삼성이 정 씨에게 지원한 승마용 말은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이며 이는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6년 정 씨의 승마코치 안드레아스가 비덱스포츠에 보냈다는 '마필 차액 청구서' 이메일이 존재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삼성이 정 씨가 타던 말을 코치에게 넘기고 새로운 말들을 구입하는 과정서 비덱에서 차액을 정산해주는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최 씨와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전무, 안드레아스 등 3자가 모의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이날 김 씨는 "마필 등 승마지원을 두고 삼성 측과 최 씨 사이에 오고간 사전 논의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특검 측 주장과 빗겨가는 진술을 했다.

김 씨는 실제 마필 매매 계약서를 본 적이 있느냐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질문에 "(참고인 조사 당시) 계약서를 특검 사무실에서 처음 봤다"며 "정 씨가 총 몇 마리의 말을 보유했는지, 어떤 말을 타고 있었는지는 물론 마필 소유 및 계약 관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는 김 씨가 '삼성이 최 씨 등과 마필 구매 관련해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특검의 진술조서 내용과 상반된 것이다.

또 올해 초 '삼성에서 최 씨 모녀에게 말을 사준 것 같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경위가 무엇이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는 "독일서 근무할 때 호텔 업무를 주로 맡았고, 마필 소유권을 비롯한 승마 관련 업무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특검조사 때의 진술은 (본인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사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이 (정 씨에게) 말을 사준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조사를 받는 도중 검사께서 정황을 알려주셔서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동의를 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자세한 정황을 몰랐던 김 씨는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 측으로부터 처음으로 설명받았고, 단지 그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증인의 이같은 진술 번복에 대해서 변호인단은 "검사가 자세한 정황과 내용을 설명해주면 이를 동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특검 측 조서는 신빙성이 없다"며 "진술을 들어보면 증인이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블라디미르 등 마필의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며 "비덱스포츠와 안드레아스 사이의 계약은 최 씨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고, 삼성 측의 항의가 있어 실제로 성사되지도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변호인단과 특검 측의 공방을 지켜보던 재판부는 "증인의 진술 조서와 신문 과정에서 모순과 막연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 것 같다"며 "증인은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고 아는 것만 말하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대답하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는 비덱스포츠에서 법인 계좌관리 등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장남수 전 대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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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와 함께 함부르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승마관련 업무도 담당한 장 씨는 최 씨의 측근인 장순호 전 플레이그라운드 재무이사의 아들로, 지난 증인신문 때 출석한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재단 부장이 최 씨의 조력자로 지목한 바 있다.

특검은 그가 독일 생활을 시작한 경위, 정유라와 주변 인물의 역할, 최순실의 재산 형성 과정, 관련자금 유통 경로 등에 대해 수차례 질문했지만 장 씨는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