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집단지성으로 '기계번역' 품질 높인다

번역 전문업체 플리토의 새로운 실험

인터넷입력 :2017/05/11 08:31

손경호 기자

인공신경망을 앞세운 기계번역의 품질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구글 번역, 네이버 파파고는 물론 바이두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바이두의 기계번역은 한영 번역조차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전문가들은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는 충분한 컴퓨팅 자원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이 오역없이 정확하게 번역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정확한 번역 데이터를 얻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구글, 바이두나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의 번역 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기술력 못지 않게 상대적으로 번역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 역시 보다 정확한 번역 데이터를 확보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번역 품질을 검증하고, 효율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손에 넣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플리토에 전문 번역가가 머무는 이유

실시간 집단지성 번역, 1:1 전문가 번역서비스를 웹과 모바일앱에서 제공 중인 스타트업 플리토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알아서 번역해주고, 오역된 부분을 다른 번역가들이 수정, 보완해주는 방법으로 보다 정확한 언어 데이터를 얻는데 주력한 것이다.

프리랜서가 대부분인 전문 번역가들이 굳이 번역가와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에이전시 대신 플리토에 머물 이유가 있을까?

플리토의 장점은 다른 번역 에이전시 회사들과 달리 번역가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전문 번역가들이 플리토를 계속해서 활용토록 하는 대신 이들이 집단지성 번역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둬 일반 사용자가 요청한 번역 결과에 대한 오역을 바로잡을 수 있게 했다.

이 회사는 중국 대표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테크코드와 손잡고 현지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인-전문 번역가 생태계로 기계번역 정확도 높이기

물론 이렇게 전문 번역가가 의뢰를 받아 번역된 내용까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201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상당한 양의 집단지성 번역 데이터가 쌓였다.

플리토는 이 데이터들을 인공신경망 기계번역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들에게 유료로 공급하면서 수익을 올린다. 단순히 번역을 중개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다. 일반인, 전문 번역가들이 참여하면서 더 정확한 번역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플리토에 일반 사용자가 집단지성 번역을 요청할 경우 해당 내용이 사용자에게 채택되지 않으면 빠르면 1분~2분 이내에 다른 번역가들(일반인과 전문 번역가)이 더 정확한 결과를 제시한다.

이에 대해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전문 번역가들에게 중개 수수료를 거의 안 받는 대신 여러 일반인에 더해 전문 번역가들이 참여한 집단지성 번역 데이터베이스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그는 "플리토에게 번역은 언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내놓은 이 회사는 현재 173개국, 750만명 사용자를 보유했으며 18개 언어를 지원한다. 매일 7만건 이상 사용자들의 번역요청을 처리하는 중이다. 기업, 기관 파트너로는 경기창조혁신센터,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기관과 함께 인터파크, NTT도코모, 에어비앤비, 바이두 등과 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