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동영상 활용, 10년 전과 지금은?

2007년 "UCC 사전 제작" vs 2017년 "실시간 생중계 소통"

인터넷입력 :2017/05/04 14:42    수정: 2017/05/04 14:45

19대 대통령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각 후보 진영은 인터넷 영상을 활용한 선거운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10년 전과 비교하면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선거 운동은 어떻게 진화 발전했을까?

10년 전인 2007년엔 국내에 스마트폰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반면 이젠 스마트폰이 거의 모든 국민의 일상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선거운동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10년 전 후보들은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형태로 선거 홍보물을 사전 제작했다. 그런 다음엔 제한된 플랫폼에서 유통시켰다.

반면 지금은 형식과 플랫폼의 제약이 거의 사라졌다. 이에 따라 후보들의 활동과 공약, 철학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사용자들과 바로 의사소통 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출연진도 후보자 개인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2007년, UCC 형태로 영상 제작 활발

2007년 대선 당시, 영화 '달콤한 인생'을 패러디해 제작된 문국현 후보 UCC.

2007년 12월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구 한나라당)와 정동영 후보(구 대통합민주신당)가 선두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 문국현(창조한국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이인제(민주당), 심대평(국민중심당), 허경영(경제공화당), 이회창(무소속) 후보 등 군소후보들이 선거전을 벌였다.

이 때만 해도 국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가 없던 시절이었다. 대신 UCC 바람이 불면서 판도라TV, 엠군, 엠앤캐스트 등 국내 동영상 전문 플랫폼들이 네티즌 사랑을 받았다. 또 개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가 막 떠오르고 있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각 동영상 플랫폼들도 이들의 선거 활동을 별도로 제작하거나, 토론회 등의 영상을 올렸다.

당시 엠군은 마케팅 차원에서 별도로 대선 팀을 꾸리고, 주요 후보들의 선거 활동을 매일 영상으로 찍고, UCC 형태로 편집해 업로드 했다. 다른 동영상 플랫폼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원더걸스 '텔미' 춤을 따라추는 권영길 후보.

당시만 해도 영상물 저작권에 대한 제재가 강하지 않았던 때라 인기 음악이나 영화 등을 패러디한 UCC가 주를 이뤘다. 특히 원더걸스의 ‘텔미’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여러 후보들이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텔미춤을 따라하는 영상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허경영 후보는 동영상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각종 대중 매체뿐 아니라, 동영상 방송 업체들이 진행하는 인터뷰 등에 출연해 “내 눈을 바라봐”라는 주문을 걸어 웃음을 안겼다.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덕분에 주목을 받게 된 대표적인 후보다.

10년 전 대선 때 동영상 홍보 전략의 최대 걸림돌은 ‘공유’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즘이야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등을 통해 일순간에 게시물이 공유되고 확산되지만, 당시 동영상은 특정 플랫폼 이용자에 한정되거나,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한 노출에 한정됐다. 또 유튜브와 같은 막강한 점유율을 가진 플랫폼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많은 일반 네티즌들과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이 만들어낸 영상물이 많은 유권자들에게 노출되지 못했고, 그 만큼 영향력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과 같은 대선 후보들의 개인 생중계 방송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술적으로도 어려웠고, 대선 주자들도 온라인을 통해 유권자들과 가까이 마주할 생각조차 못했던 때였다.

■ 2017년, 동영상 생중계로 소통

문재인 캠프에서 제작한 위메프 광고 패러디 영상 중 한 장면.

약 10년이 지난 이번 대선에서 동영상은 빼놓을 수 없는 선거 운동 도구로 자리잡았다. 사진 만큼이나 영상을 통해 대중들이 대선 후보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상대적으로 2030에게 인기가 높은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60대 이상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홍준표 후보까지 인터넷 방송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는 모습이다. 또 본인과 캠프 구성원 뿐 아니라, 가족들이 영상에 등장해 힘을 보태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풍경이다.

대다수 후보들이 페이스북 생중계 방송을 통해 공약을 알리는가 하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활동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유튜브에는 다양한 패러디 영상물이 올라오고, 각 캠프가 제작한 재치있는 홍보 영상도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이 중 문재인 캠프가 소셜커머스 ‘위메프’ 광고물을 패러디해 제작한 ‘문재인1번가’ 영상물과, 대선 기간 전 심상정 후보 측이 올린 유니클로 히트텍 CG 패러디 영상물이 화제를 일으켰다. 또 문 후보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적극 소통 중이며, 심 후보는 대선 후보 토론 중 하이라이트 부분만을 편집해 페이스북 팔로워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영상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김미경 교수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방송하는 장면 캡처.

아울러 홍준표 후보 측은 토론회 등에서 직설 화법을 통해 상대 후보를 속 시원히 비판 했다는 이유로 ‘홍카콜라’라는 제목으로, 또 상대편 후보 발언의 사실 관계를 따져 물었다는 이유로 ‘명탐정 홍코난’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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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딸이 직접 출연한 영상물이 공개돼 이목을 끌었다. 안철수 후보와 김미경 교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제작한 이 영상은 자녀인 안설희 양이 출연,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유승민 후보는 ‘새로운 보수’를 주창한 그의 신념과, 집단 탈당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의자가 담긴 영상을 공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비판하는 각종 자료 영상들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영상과 SNS 힘을 톡톡히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