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유라 단독 지원한 건 최순실 때문"

국가대표 승마선수 최씨, 이재용 10차 공판서 증언

디지털경제입력 :2017/05/02 17:34

삼성은 원래 승마 선수를 여러 명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최순실 씨가 개입하면서 정유라 씨를 단독으로 지원하게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제10차 공판에서 전 국가대표 승마선수 최준상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등과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승마선수 최 씨는 이날 "삼성은 당초 여러 명의 선수를 다 같이 지원할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최순실 씨가 반대해 그 계획이 지연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그는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을 숨기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훈련을 제안한 것이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10차 공판에서 삼성이 최순실의 개입으로 정유라를 단독으로 지원하게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삼성 서초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최씨는 지난 2002년과 2006년, 그리고 2010년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출신 승마 선수다. 그는 고등학교 선수시절부터 장시호 씨와 친분을 유지해왔고, 지난 2000년 정유라 씨를 처음 만났다.

특검 수사과정에서 최 씨는 "삼성 쪽에서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전지훈련을 프로그램을 제안했다"며 "이는 정씨에 대한 단독 승마지원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해 "당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이제훈 대한승마협회 차장 등으로부터도 해외 전지훈련 참여 질문을 받았다"며 "이는 삼성이 모든 선수에게 지원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삼성이 다른 승마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 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후 최순실 씨의 개입으로 정 씨만을 단독 지원하는 모양이 됐다. 이는 변호인단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지난 9차례 공판을 통해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총 6명(최 씨 포함)의 선수 지원을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씨의 요청으로 정씨만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최 씨는 정 씨가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 과정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정 씨는 지난 2014년 6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해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다.

그는 "당시 정 씨가 제자리돌기 동작에서만 3연속 실수를 했음에도 4등으로 선발됐다"면서 "이에 대해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서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가 정 씨를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하기 위해 심판진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종료되면 심판들은 선수들과 비디오를 함께 보며 조언하는 '클리닉'을 한다"면서 "그러나 당시 심판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당시 5위로 떨어진 선수의 부친이 심판진에게 격렬히 항의하는 등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기억을 되새겼다.

서증조사가 끝난 후 증인신문이 처음으로 진행된 이날, 최 씨에 대한 진술조서 작성 방식을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으로부터 공방이 있었다.

이는 최 씨가 특검이 작성한 진술조서를 부정하면서 벌어졌다. 최 씨의 증언은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단독 지원을 감추기 위해 다른 선수들을 지원하려 했다는 특검의 논리와 정반대되는 진술이었다.

특검이 공개한 진술조서에는 최 씨가 '삼성이 정씨에 대한 단독지원을 숨기려고 했던 것 같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재판부는 "진술조서와 신문사실에 모순이 있다"며 해당 발언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진술서는 특검이 직접 타이핑해 작성된 것"이라며 "증언과 진술서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진술서 작성은 자필 수기로 진행할 수도, 타이핑으로 할 수도 있는데 두 경우 모두 서명을 하기 때문에 효력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날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인 코어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삼성의 지원 사항 등이 다뤄졌다.

노 전 부장은 코어스포츠 재단의 설립 목적에 대해 "처음부터 정유라 씨를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가 삼성과 계약을 체결해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을 뿐 다른 선수에 대한 지원계획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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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부터 최순실 씨는 딸 정유라 씨 지원만을 생각했다"며 "이는 박원오 전 전무의 생각과 차이가 다소 있었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노 씨에 따르면 당시 박 전무는 정 씨 이외의 다른 선수를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최 씨가 이를 막아섰다. 이후 박 전무와 사이가 틀어진 최 씨는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했는데 어디가서 설치고 다니냐"면서 박 전무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을 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