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4차산업혁명은 '사람'이 중심"

[인터뷰]유웅환 더불어민주당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②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8 18:15    수정: 2017/05/08 17:42

정현정 기자

(대담=이균성 편집국장, 정리=정현정 기자) “100년이 걸리는 자동차 엔진 개발을 우리는 30년 만에 해냈습니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로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반도체 전체에서 세계 1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능력 차이?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위상에서는 차이가 나는 이유가 저는 문화와 환경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방향을 잘 잡고 문제점 파악해서 해결해주면 4차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충분한 기회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분과 공동위원장 겸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웅환 박사는 이같이 확신했다. 인텔 수석매니저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최연소 상무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는 지난 2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면서 당내에서 4차산업혁명 선도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06년도에 인텔에서 수석매니저로 승진한 이후 5년 간 팀의 규모를 4~5배 정도 키웠습니다. 그런데 2011년 삼성전자에 와서 2년 반 만에 만들었던 팀의 능력치가 비슷하거나 더 높았습니다. 개인의 능력치와 잠재력은 동일한데 결과에서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는 결국 문화적인 측면과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이유도 비슷할 겁니다. 98~99% 수준까지는 올라왔는데 1~2%가 부족한 거죠. 문화의 개선과 생각의 전환, 합리적인 시스템들이 동반돼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리더가 더 중요합니다.”

2015년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로 적을 옮겨 자동차 전자시스템 및 미래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최근까지 일하던 그에게 여러 채널을 통해 영입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 와중에 유 박사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는 촛불 집회였다.

“계속 촛불집회에 참석을 하다보니 광장 민심이 어떤 것인지 말을 안 해도 와닿더라구요. 단순히 ‘대통령 물러나라’, ‘최순실 감옥 보내라’가 아니라 진짜 공정한 사회, 노력한 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사회, 성장 위주의 정책만 펼치다보니 기울어진 부분들을 해소해달라는 요구죠. 이 같은 불합리를 바꾸고자 열망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문 후보가 충분히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발표한 ‘일자리 대통령 100일 플랜’ 13대 과제에는 ‘4차 산업혁명 및 신성장산업 육성’ 관련 정책도 하나의 과제로 포함이 됐다. 유 박사의 경험과 생각도 상당부분 작용했다. 문 후보는 유관부처들을 아우르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4차산업혁명위원회’ 신설을 구상 중인데 이 조직을 이러한 계획을 실행할 주체로 삼고 있다. 형식 만큼이나 유력 대선주자인 문 후보가 추구하는 4차산업혁명의 방향성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사람 중심의 포용적인 4차산업혁명이다.

유웅환 더불어민주당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80년대 이후로 성장이 계속되고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이나 일자리의 질, 복지 수준은 올라가지 않고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 육성시키는 전략과 동시에 이를 통해 창출되는 부를 잘 분배해서 상생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산업혁명 전에는 주간 80시간을 일했지만 지금은 40시간만 일하면 됩니다. 앞으로 로봇한테 사고하는 부분이나 자동화를 다 맡겨놓고 나면 우리는 굳이 40시간을 일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럼 경제정책 방향도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단위시간당 임금은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막대한 양의 정보나 새로운 지식도 국민들과 적절히 나누는 방법도 생각해봐야죠.”

복지를 위해서는 일단 파이를 키워야한다. 시장을 선도하고 성공 모델을 만드려면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유 박사는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선도할 수 있는 분야로 5G 통신을 들었다.

“독일의 스마트팩토리는 우리와 5년 이상의 차이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그 플랫폼을 개발하는데만 4~5년이 걸릴 것이라는 얘깁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라이브러리 리소스 개발하는데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죠. 물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해야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선도할 것도 있어야합니다. 저는 5G 통신망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양의 정보를 모아서 융합을 시키려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합니다. 당연히 초고용량·초고속·초저지연 통신망이 필요합니다.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통신망이 완성되면 빅데이터가 모이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선진국과 비교해 2% 부족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해도 용인해주는 문화, 한 마디로 ‘해적정신’이다.

“직접 겪어보니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미생’에 나온 것과 똑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의욕적으로 시도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럼 혼냅니다.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냐는 거죠. 그래서 주눅이 들어서 가만히 있으면 ‘너는 뭘 시켜야하냐’면서 또 혼냅니다. 문화 자체가 칭찬 보다는 혼내는 문화다보니까 조직원들이 계속 수동적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화에서는 빨리 따라가는 것은 가능해도 선도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기업들도 일단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아니라 선도기업이 어느 정도 해놓으면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선도기업, 퍼스트무버가 되고자 한다면 ‘해적정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든지 실패해도 용인해주는 거죠.”

부족한 부분은 고쳐나가면서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성공 DNA는 살려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유 박사는 우리 국민들의 빠르게 적응하고 실행하는 능력은 충분히 경쟁력이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모바일 시대에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PC와 서버 시대 제왕이었던 인텔이 모바일에서는 실패한 이유가 있습니다. PC나 서버는 '틱톡'이나 '무어의 법칙'처럼 정해진 로드맵대로 이동합니다. 모바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역동적이죠. 갑자기 고객사가 칩 업체에 납품 기일을 3개월 앞당겨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인텔처럼 마일스톤대로 가는 게 몸에 베어있는 기업들은 이런 요구가 들어오면 회의 끝에 투자대비효과(ROI)가 안 나온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6개월 당겨달라고 얘기하면 '7개월도 당길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리더가 결정을 내리면 빠르게 적용하고 수행하는 능력은 우리가 세계 최고입니다. 빠른 실행력을 살리면서 기본기를 다져서 1~2%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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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작은 정부를 반대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로 대표되는 일자리 공약만 봐도 정부가 적극 나서서 마중물을 넣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 4차산업혁명 전략에 있어서도 국가가 인프라를 확충해주고 규제는 먼저 치워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지도자의 영향력이 큰 나라입니다. 리더의 생각과 철학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회사 사장이 바뀌면 조직문화가 싹 바뀌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챙긴다면 당연히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바뀔 겁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가공하고 인공지능과 결합해 비즈니스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해지죠. 이런 방향으로 벤처 창업 인프라도 많이 확충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스마트하이웨이 등 융합된 비즈니스들은 개발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방향으로 성장을 하되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이기는 하지만 로봇세 같은 것도 장기적으로는 복안을 가지고 가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