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통령’ 자청한 문재인 핵심 공약은?

[인터뷰]유웅환 더불어민주당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①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7 18:06    수정: 2017/04/27 18:17

정현정 기자

(대담=이균성 편집국장, 정리=정현정 기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예로 들어볼까요? 인프라를 잘 마련해놨다고 해도 일 처리 과정에서 너무 복잡한 절차를 요구한다면 어떨까요. 임대료를 아끼려고 입주한 기업이 페이퍼워크만 전담하는 직원을 채용해야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겁니다. 공무원이 자본과 권력을 쥐고 '규제 집행자' 역할만 하면서 보여주기 식으로 일을 하면 ‘정부 너희는 좀 가만히 있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겁니다. 입주 기업들을 고객사라고 생각하고 뭐가 불편한지 살피면서 규제는 치워주고 필요한 부분은 촉진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면 기업들이 정부가 관여하는걸 싫어하겠나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와 함께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분과 공동위원장 겸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웅환 박사의 얘기다.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다.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의 핵심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로 요약된다. 일자리 문제를 민간에만 맡겨 놓다보니 '실업자 100만명 시대'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공약했다.

“강물에 비유를 좀 하면 지금 상황은 강물이 흘러가는데 중간 중간에 로드블럭 같은 게 막혀있어서 물이 흘러가는데 장애물이 존재하는 양상입니다. 이게 바로 규제인 셈이죠. 땅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물이 고이면서 생태계가 파괴돼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물길이 굽이굽이 있다보니 빠르게 갈 수 있는 길도 선택과 집중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 진입 단계에서 국가가 할 일은 방향을 잘 잡아주고 기업이 마주칠 규제를 미리미리 드러내주고 생태계가 파괴된 부분 복원해준다거나 기초 인프라를 잘 만들어서 굽이굽이 도는 물을 직선으로 흐르게 해서 선택과 집중 할 수 있게 비전을 제시해 주는 일입니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대구 성서공단을 찾은 자리에서 "취임 직후 100일 동안 최우선으로 13대 일자리 과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일자리 대통령 100일 플랜’ 13대 과제를 발표했다. 13대 과제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출범 ▲일자리 중심 행정체계 확립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계획 수립 ▲최저임금 1만원 조기 달성 ▲근로시간단축 특별조치 ▲중소기업 구인난·청년 구직난 동시 해소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 ▲4차 산업혁명 및 신성장산업 육성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패자부활 오뚝이 프로젝트 ▲지역특화일자리 창출 지원 ▲차별 없는 여성일자리 환경 구축 ▲일하는 어르신 ‘新중년 인생 3모작’기반 구축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경제 육성 등이 포함됐다.

유웅환 더불어민주당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지디넷코리아)

그 중에서 유 박사는 벤처·창업 생태계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인텔 수석매니저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최연소 상무라는 타이틀을 거쳐 지난 2월 문재인 캠프에 영입된 유 박사는 지난달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일자리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공공부문 ▲사회적경제 ▲벤처·중기·스타트업 3개 분과로 나눠진 위원회 내에서 벤처·중기·스타트업 분야를 담당한다. 유 박사 영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는 “실리콘밸리 혁신 현장과 국내 대기업의 현실을 모두 경험한 유웅환 박사 영업은 4차산업혁명 선도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대통령 100일 플랜’ 13대 과제에도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벤처 생태계 육성과 규제 개선에 필요한 만한 부분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그는 연간 벤처기업수 증가율을 김대중 정부 당시 40%의 절반 수준인 20%로 목표를 잡고 인프라 확충과 규제 철폐를 비롯해 IPO나 스톡옵션 제도 등을 손 볼 생각이다.

“창업 생태계의 초기 인큐베이션 단계에서는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플랫폼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자본이 있는 사람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정책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빼놓고는 다 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 규제 적용 범위를 늘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바로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 부분입니다.”

중간 단계에서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핵심 공약으로는 그동안 벤처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연대보증제 폐지 제도가 대표적이다. 또 처음 정했던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는 ‘피버팅(Pivoting)’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실패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도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이 재창업할 확률이 7%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봐도 평균 네 번 정도 실패한 이후에 성공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법인대출 연대보증제를 폐지하고 ‘삼세번 재기 지원펀드’를 운영해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을 다시 제공하려고 합니다.”

성공한 벤처들에게 기업공개(IPO) 장벽을 낮춰주고 대기업의 벤처중소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서 벤처들의 엑시트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적재산권(IP) 등 새롭게 개발한 아이디어나 제품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술업체 모빌아이가 인텔에 17조원에 팔렸습니다. 구글도 M&A를 통해 성장했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면 M&A를 통해 보강하고 그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가진 사람이나 조직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고 윈윈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문화가 아직은 잘 정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얽히고 설킨 각종 규제들도 M&A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생긴 규제들이 오히려 긍정적인 M&A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신산업 분야에서 네거티브 규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중장기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 방향으로 가야하는 건 분명한데 과도기적으로는 촛불혁명식 상향 의사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벤처 기업들이 나서서 ‘이런 문제는 개선해달라’하고 요구하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벤처나 중소기업 관련 법제를 정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규제를 드러낼 때는 한 번에 확 도려내야합니다. 어디 하나만 떼내면 불완전하고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기에 하기에는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금지된 것만 빼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이 돼야합니다.”

창업 생태계 육성 외에도 기존 중소기업들이 기술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규모가 있는 대기업만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많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세계 기술을 선도하며 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빌아이 같은 기업을 많이 만들어내면 됩니다. 경쟁력 있고 기술로 선도하는 중소기업이 나오면 원청과 하청의 개념도 깨질 것 같습니다. 정부 정책이 기술 기업 위주로 가야합니다. 동시에 정부는 데이터센터나 통신망, 사물인터넷(IoT) 같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겁니다. 정부가 일종의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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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박사는 '창업=대박'이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창업 생태계 육성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 일자리 공약의 핵심으로 요약되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는 ‘마중물’이라고 표현했다.

“카더라 통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옆집 순이네 아버지가 스타트업 해서 10억을 벌었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는 많은 창업자들이 몰려있습니다. 수십억짜리 저택을 소유한 개발자들도 많죠.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아서는 불가능한 얘깁니다. 벤처로 대박난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많은 자본이 모이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창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족한 부분에는 정부가 마중물을 좀 넣어서 펌프질을 하면 확 올라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주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 하나당 23명의 일자리 생긴다고 합니다. 현재 3만여개 수준인 벤처기업 수를 매년 20%씩 증가시키면 5년 내에 백만개 정도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겁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컸던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인프라 확충이나 규제 개선 부분들을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