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인 KT가 배터리 기술에 집중한 이유

김영식 단장 "현실적인 고객 애로 풀고 싶었다"

방송/통신입력 :2017/04/27 15:11    수정: 2017/04/27 15:52

스마트폰 이용자 열명 중 여덟명은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또 여섯명은 스마트폰 배터리 방전에 불안감까지 갖는다고 한다. 이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신제품 기획 단계에 돌입할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방수방진 기능 트렌드를 따르다보니 대부분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일체형 스마트폰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도가 갈린다. 때문에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 행사마다 몇시간 동안 웹서핑이 가능하다는 표현으로 장점을 내세우곤 한다.

제조사가 아닌 통신사인 KT가 이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입자에게 스마트폰 배터리 이용시간을 늘릴 수 있는 CDRX라는 기술을 꺼내든 것이다.

CDRX라는 배터리 절감 기술은 물리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고 데이터 통신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전력을 수시로 줄여 전원을 아끼는 방식이다.

국내 LTE 서비스 도입 이전에 이미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기술이었지만, 통신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국내 통신사들이 쉽게 도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국내 통신 서비스 가입자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스마트폰 배터리를 덜 쓰게 할 수 있는 최적 값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27일 KT 우면동 R&D센터에서 만난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기술지원단장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커피숍에만 가면 충전기랑 콘센트부터 찾고, 가벼운 폰을 찾으면서도 훨씬 더 무거운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닌다”며 CDRX 기술을 실제 네트워크에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영식 KT 네트워크연구기술지원단장.

■ “통신 기술로 배터리를 아낄 수만 있다면”

CDRX는 글로벌 첫 LTE 표준기술 규격인 3GPP Rel.8에서 도입된 기술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LTE 네트워크 구축이 시작되던 2009년보다 한해 일찍 정립된 개념이다.

KT가 CDRX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때는 2015년이다. 6~7년 전에 나온 기술을 그제서야 꺼내든 것이다.

CDRX 기술 자체가 일으키는 통신품질 저하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그동안 주파수묶음기술(CA)이나 광대역 주파수 활용, 쾀(QAM) 적용 등 새롭게 나오는 LTE 기술 도입 경쟁에 내몰린 것이 사실이다.

김영식 단장은 “네트워크 기술로 부족한 스마트폰 배터리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다운로드 속도 경쟁보다 고객이 공감하는 것부터 하는 것이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CDRX 기술을 곧바로 도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 새벽마다 파라미터 도출, 제조사에 펌웨어 업데이트 요청

KT는 이달 초 CDRX를 상용 LTE 전국망에 적용하기 전에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연구개발에 돌입한 이후 필드테스트에만 3천240시간이 들었다고 한다. 연구논문을 보면 이론적으로 정립된 기술이지만, 실제 상용망에 적용하는데 각종 문제점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KT가 쓰고 있는 기지국(RU) 장비마다 특성이 달랐다.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 장비 제조사별로 서로 다른 특성에 대응해 CDRX 기술을 고도화시켜야 했다.

통신장비 회사와 협업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기지국과 다른 기지국을 넘어가는 상황(핸드오버)에서 데이터 통신이 끊겨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또 핸드오버에서 통신 품질 저하 현상도 빚어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어떤 휴대폰은 CDRX 기술만 적용하면 기기가 재부팅이 됐다. CDRX 기능을 켰을 때 음성 통화를 쓸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휴대폰도 나왔다.

해당 휴대폰 제조사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하나하나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KT가 출시한 총 114종의 단말에서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3GPP 표준에 따라 CDRX의 데이터 통신 휴지기는 10ms에서 2560ms 사이에서 정해야 한다. 320ms가 최적의 파라미터 값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40ms 단위로 하나씩 테스트를 거쳤다.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실제 상용망에서 써야 하는 기술인 만큼, 가입자들이 네트워크에 몰리지 않는 새벽 시간마다 파라미터 값 도출을 위한 테스트를 해야 했다.

■ CDRX 기술 들어갑니다

김 단장은 “상용망에 CDRX 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배터리 절감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찾아가 갤럭시S8과 갤럭시S7엣지로 실제 실험을 해봤다”며 “배터리 이용시간 공인 기관이 있으면 좋지만 없기 때문에 TTA에서 한달 정도 준비를 해 외부 기관에서 검증된 결과를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TTA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가 100% 완전충전 상태에서 유튜브를 실행했을 때 CDRX를 적용한 갤럭시S8과 갤럭시S엣지가 각각 최대 45%, 43%의 배터리 이용 시간이 길게 측정됐다.

스마트폰이 방전될 때까지 실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시작한 실험은 다음날 새벽에 끝나는 테스트를 거친 결과다.

결국 같은 스마트폰으로 똑같은 앱을 사용했지만 4시간 정도 오래 쓴다는 외부 시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물론 스마트폰 기종이나 배터리 사용 기간 등에 따라 배터리 절감 효율은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환경이라면 CDRX 기술이 적용됐을 때 스마트폰을 더욱 오래 이용할 수 있다는게 증명됐다.

김 단장은 “CDRX가 매우 유용한 기술이란 점을 경쟁사도 인식했기 때문에 서둘러 상용망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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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실제 R&D 센터에 구비된 계측장비로 CDRX가 적용된 스마트폰의 전력 소모 비교 테스트를 시연하기도 했다.

한 장소에서만 이뤄진 점이라 정확한 비교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CDRX가 적용되지 않은 단말은 CDRX가 적용된 단말보다 순간적으로 100밀리암페어의 전원이 공급되고 있는 그래프는 수시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