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vs수소차…이제는 상용화 경쟁

주행거리 기술 격차 좁혀져...가격·인프라 관건

카테크입력 :2017/04/21 11:07    수정: 2017/04/21 11:21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간 경쟁이 더 뜨거워졌다. 초반에는 누가 더 친환경인지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 컸다면 이제는 상용화를 대비한 충전 인프라, 판매가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 한 때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수소차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2013년 수소차 모델 중 세계 최초로 출시된 현대차 투싼ix 수소차의 경우 3분 내외 충전으로 415km까지 주행하는 성능을 갖췄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거나 이후에 출시된 전기차들은 30분 내외 충전(급속 기준)으로 평균 200km 내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수치상으로 비교했을 때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효율성면에서 더 높았다.

수소융합스테이션에서 동시충전중인 투싼 ix 수소차(사진 왼쪽)와 쏘울 EV 전기차(사진 오른쪽)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이제는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번 충전으로 최소 300km 이상 가는 전기차들이 현재 출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고, 충전 시간을 서서히 단축해나가려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대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의 출시도 예고됐다.

수소차도 전기차처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수소차의 최대 단점은 실내 거주 공간이었다. 수소차 내 수소연료전지팩의 부피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만일 이같은 상태로 수소차가 상용화되려면,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크게 환영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 단점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GM과 혼다는 지난 1월 30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수소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수소연료전지팩의 크기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차도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 세계 최초로 공개한 FE 수소차 콘셉트의 연료전지시스템의 중량을 기존 투싼ix보다 20% 줄였고, 시스템 운영효율을 10% 높였다. 현대차는 이를 4세대 연료전지시스템으로 부르고 있으며, 이는 내년 양산 예정인 수소 SUV 차량에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모터쇼에 공개된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 'FE' (사진=지디넷코리아)
쉐보레 볼트 EV(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차 급속충전기에 비해 부족한 수소차 충전소 수

기술 격차가 좁아진 전기차와 수소차 간 경쟁은 앞으로 충전 인프라와 판매가격 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준의 충전 인프라 수를 살펴보면, 현재 수소 충전소 수가 전기차 충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수소차 충전소 수는 6곳. 올해까지 전국에 수소차를 310대 보급하고 수소차 충전소를 16곳으로 확충한다는 것이 환경부 계획이다.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는 창조경제센터 보육기업 제이카가 전국 최초로 수소차 카셰어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울산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수소차 택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전국적으로 1천320기다. 수소차 충전소에 비해 220배 가량 많은 숫자다. 최근에 서울대 정문 포함 180여곳에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더해졌고, 향후 3년 내 전기차 급속충전기 수는 최대 3천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수소차는 2020년까지 전국에 100곳 정도 설치될 전망이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동시에 충전이 가능한 수소융합스테이션 (사진=지디넷코리아)

만약 정부의 정책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수치상으로 비교했을 때 수소차의 발전 가능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기차와 수소차가 동시에 충전이 가능한 ‘수소융합스테이션’ 확충이다.

정만기 산업부 제1차관은 지난 2월 23일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상설 추진단 창립 행사에서 “신기후체제의 출범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앞으로 열릴 수소차 시장에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산역 '몰링형' 전기차 충전소에는 총 10기의 급속충전기가 설치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계속되는 ‘누가 친환경인가’ 경쟁...판매가에서 판가름 날 듯

자동차 업체 임원들은 전기차와 수소차 중 누가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존 맥닐 테슬라 글로벌 판매총괄 사장은 19일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수소를 전환하는데 드는 에너지 비용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비싸다”며 “우리가 쓰는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는 효율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리튬이온 배터리 효율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게 그의 견해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은 전기차의 단점을 “100%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수소차는 매우 바보같은 존재”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오토모티브 뉴스 주최 컨퍼런스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급속충전기 슈퍼차저를 통해 충전 중인 테슬라 모델 S, 모델 X
뉴욕모터쇼에 전시된 제네시스 수소연료전지 기반 SUV 콘셉트카 'GV80 콘셉트'(사진=제네시스)

권 부회장은 “수소차에서 발생하는 수소에너지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며, 이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갸야 할 길”이라고 밝혔다.

자존심 대결 구도로 보이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차 간 경쟁은 앞으로 판매 가격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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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에서 오는 2020년까지 수소차 가격을 5천만원대로 줄일 방침을 세웠다. 만일 수소차 보조금 관련 지급안이 2020년 진행된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3천만원 대 이하로 수소차를 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기차의 가격 정책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초도 물량이 다 나간 383km 주행 순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의 보조금 혜택 적용 판매가가 최소 2천만원~최대 3천만원 선에 책정됐고, 향후 보조금 지급안이 유지된다면 평균 2천만원~4천만원 선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