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SK의 '글로벌 경영' 꿈 이룰까

도시바 인수 승부수...최태원 회장 의지 드러내

디지털경제입력 :2017/04/19 17:16    수정: 2017/04/19 18:02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글로벌 경영'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기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2조2천억원)이 예상되고 일본 최대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를 통한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SK하이닉스가 한·중·미 기업간 치열한 수싸움 속에 진행되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의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면 낸드 플래시 시장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라 오랜 숙원인 진정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로 우뚝 설 수 있다.

■워크아웃 기업에서 글로벌 반도체 회사로

반도체 업계에서 '불사신'으로 통하는 SK하이닉스만큼 IT 업계에서 우여곡절과 부침을 겪고 살아남은 기업도 드물다. 지금의 SK하이닉스가 있기까지 써 내려온 기업 성장사는 그 자체가 드라마다.

SK하이닉스 전신은 1983년 2월 현대그룹이 국도건설을 인수하면서 세운 현대전자산업. 1997년 말 IMF 외환 환란 이후 DJ 정부의 대기업간 빅딜 정책에 의해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외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흡수 합병의 후유증은 예상외로 컸다. 부채가 급등하고 세계 반도체 업계 치킨게임이 시작되면서 반도체 값이 폭락하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미국),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미국), 훙하이그룹(대만), 베인캐피탈, 일본 기업연합 등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2001년 3월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변경, 현대그룹과 분리되면서 채권단 관리(워크아웃)하에 들어간다.워크아웃 과정에서 직원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천 반도체 생산공장에 간이침대를 가져다 놓고 숙식을 해결하며 뼈를 깎는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한때 주가가 껌값(135원)도 안 된다고 해서 증시에서 '껌값 기업'이라는 수모도 겪었다.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세계 반도체 업계의 오랜 치키게임이 저물고 반도체 값이 오르면서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주인을 찾던 하이닉스는 2012년 '만년 내수기업'이라는 컴플렉스를 극복하려는 SK그룹 품에 안기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은 후 에너지·화학과 통신 중심의 비즈니스만으로는 미래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최태원 회장이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하이닉스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격 인수한 것이다.

최 회장은 평소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꿔 왔고 반도체 사업이 바로 그룹의 성장과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SK그룹 내 ICT 계열사(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SK플래닛)는 지난해 매출 37조4천억원과 수출 17조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인수 이전인 2011년 당시와 비교할 때 매출(17조6천억원)은 2.1배 늘었고, 수출(1천300억원)은 무려 127배 늘어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8천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늘렸다. 또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사상 최대 7조원을 투자를 감행한다. SK에 편입되기 전 투자금(3조5천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日 도시바 인수, 승부수 던질 듯

최근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일본 도시바그룹의 반도체 사업 인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마감된 1차 입찰에 참가해 2조엔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시바 그룹의 반도체 사업 인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인수 금액이다. 당초 도시바가 미국 원전 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겠다고 밝힐 당시에만 해도 업계에서 예상한 몸값은 1조엔 수준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하이닉스 이천 M14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설비 준비 가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SK)

하지만 대규모 자금력을 가진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1차 입찰에서 인수가로 3조엔(약 31조5천억원)대를 적어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전은 그야말로 업체간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내달 예상되는 본입찰에서 이보다 더 큰 금액을 적어내고 승부수를 던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이미 3D 낸드 기술력을 갖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굳이 3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도시바 반도체 사업을 꼭 인수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도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저장공간을 72단으로 쌓은 256Gb(기가비트) 용량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D낸드 기술이 없다면 모를까 기술력이 있는데 적정가 이상을 주고 인수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판단이 안 선다"며 "오히려 (그 돈을)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앞서 나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싸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4차 산업혁명 등 지능정보화 사회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전자정보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매년 설비 투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도 과감한 인수를 통한 점프를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최근 '최순실 게이트'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난 최 회장이 출국 금지가 풀리는 대로 일본으로 날아가 인수 의사가 있는 새로운 투자 파트너 물색과 직접 협상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랜동안 글로벌 기업을 꿈 꿔온 최 회장이 내달 진행되는 본입찰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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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최근 "현재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구속력 없는 논바인딩(Non-binding) 입찰이기 때문에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라며 "본 입찰에서는 달라질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직물 사업에서 시작해 80~90년대 정유와 통신 사업을 통해 성장해 온 SK가 선대 회장 때부터 가져온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평소 최 회장의 남다른 반도체 사랑도 SK가 적극적인 베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의 배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