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 3파전…유불리 셈법 '복잡'

"SK하이닉스·WD·폭스콘 각축"…변수 많아 안갯속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7/04/17 18:44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사업 인수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도시바가 미국 원전 자회사서 발생한 거액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도시바가 매각 의사를 밝히자마자 10개 업체가 달려들면서 치열한 경쟁 양상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6일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사업 인수 유력 후보는 ▲SK하이닉스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3개 기업으로 좁혀졌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세 업체 모두 강점과 약한 고리를 모두 갖고 있어 인수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3개 업체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각각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어 인수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자료=지디넷코리아)

■ 도시바의 '오랜 친구' WD…인수 가능성 낮아지자 독점교섭권 주장

인수 후보들 중 도시바와 가장 관계가 깊은 업체는 미국의 WD다. 지난 2000년 도시바와 협력 관계를 맺은 WD는 현재까지 도시바에 거액의 설비 투자를 진행해 왔다. 또한 도시바의 일본 내 반도체 생산 거점인 욧카이치 공장 공동 운영권도 갖고 있다.

WD 측은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일본 측이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환법상 도시바 인수 절차에 개입할 수 있는 일본 정부 역시 WD에 우호적인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이나 한국 기업에 넘어갈 경우 반도체 기술의 국외 유출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낮은 인수금액이 걸림돌이다. WD가 도시바에 제시한 인수가격의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20조원 이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원전 자회사의 손실로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도시바로선 WD보다는 30조원을 넘게 제시한 폭스콘 쪽이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인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다급해진 WD은 이달 초, 도시바에 독점 교섭권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선 자신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던 WD가 본입찰이 점점 다가오면서 한 순간에 공격적인 자세로 돌변하자 도시바 측은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시바의 내부 관계자는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던 WD가 왜 이제야 독점 교섭권을 요구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WD은 이달 초, 도시바에 독점 교섭권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선 자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사진=웨스턴디지털)

■ 최태원 SK회장 "본입찰에서 달라질 것"…확고한 인수 의지

SK하이닉스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SK그룹 내부의 인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를 통해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에 대한) SK그룹의 공식적인 입장 표력은 없었지만 최근 최태원 회장이 도시바 인수 의지를 직접 언급했다"며 "이는 최 회장이 추구해 온 그룹의 '근본적 변화(Deep Change)' 와도 맥락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구속력이 없는 넌바인딩(Non-binding) 입찰이기 때문에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라며 "본입찰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를 향한 SK그룹의 강한 인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도시바 인수가 그룹 차원의 과제로 격상되면서 향후 SK그룹은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 과정에서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들과 본격적으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체 낸드 기술을 가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굳이 큰 돈을 들여 도시바를 인수하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

일본 정부 "중국계 NO"…폭스콘, 美日臺 연합 구축하나

폭스콘은 예비 입찰에서 30조 원 규모의 최고 인수 금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에 반도체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일본 내 분위기가 부담스럽다.

이에 폭스콘은 "중국계 기업만은 안 된다"는 일본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업체 애플과의 제휴를 비롯해 일본 제1의 통신 업체인 소프트뱅크와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18일 일본 일간공업신문에 따르면 현재 폭스콘은 애플과 소프트뱅크의 도움을 얻기 위해 도시바메모리 인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의 경계를 의식해 '미일 연합'을 구축, '대만색(色)'을 최대한 빼겠다는 계획이다.

폭스콘이 전략적 파트너인 애플 뿐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의 측면 지원까지 받을 경우 큰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우려를 쉽게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만약 폭스콘이 도시바의 일부 지분을 일본 기업의 참여로 충당할 수 있다면 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WD, SK하이닉스 보다 인수 가능성 측면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비 입찰에 30조 원 규모의 최고 인수 금액을 제시한 폭스콘은

그러나 폭스콘이 도시바를 인수하기 위해선 한 번 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도시바메모리 공장을 과연 어디에 설립하느냐다. 도시바는 입찰 조건으로 욧카이치 공장 유지, 고용 유지, 일본 내 투자 지속 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콘은 도시바 인수 후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이러한 양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도시바의 입찰 조건을 둘러싸고 인수 과정서 양측의 공방도 예상된다.

한편, 미국의 브로드컴과 실버레이크 펀드 연합도 도시바의 인수 기업 후보로 새롭게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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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는 미국의 브로드컴의 경우 도시바의 반도체와 용도가 다른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도시바 인수 대상으로 미국의 기업을 선호하고 있어 아직 인수 가능성은 존재한다.

도시바는 이달 내에 본입찰을 실시하고 다음달 초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