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배터리 절감 기술 적용 6년 걸린 까닭은

데이터 품질 유지하면서 신기술 도입 위해 늦춰

방송/통신입력 :2017/04/12 15:58

KT가 스마트폰의 데이터 전송 기능을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 배터리 이용을 절감시키는 C-DRX 기술을 이달 초부터 전국망에 적용했다고 12일 밝혔다.

C-DRX란 데이터 통신을 주고 받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데이터 신호가 없는 잠깐 동안 통신 모뎀에 전원 공급을 비활성화 하는 기술이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배터리를 아끼는 방법이지만 스마트폰이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평균 40% 내외의 이용시간 차이가 난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은 “출시를 열흘 앞두고 있는 갤럭시S8 기준으로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비교할 때 C-DRX가 적용됐을 때 배터리를 최대 45%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천mAh 내장 배터리를 탑재한 갤럭시S8이 완전 충전 상태일 때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 시청 시간을 4시간 이상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 증대는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첫 손가락에 꼽히는 내용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배터리 이용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제조사의 대용량 배터리 탑재 외에 통신사의 이동통신 네트워크 관리 기술로 가능하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C-DRX라는 기술은 지난 2011년에 만들어진 글로벌 표준이란 점이다.

■ 세계 최초 이끌어온 韓 이동통신, C-DRX는 지각?

C-DRX는 글로벌 통신 표준기관인 3GPP가 2011년에 제정한 표준 기술로, 4세대 이동통신 LTE 표준의 시초가 되는 3GPP 릴리즈8에 포함된 기술 방식이다.

최근 들어 도입 논의가 진행중이거나 실제 기술 망 적용이 임박한 LTE 기술은 주로 3GPP 릴리즈13~14 등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를테면 갤럭시S8 출시로 상용화가 예정된 4x4 MIMO(다중입출력) 등이 있다.

또 현재 3GPP가 논의중인 이동통신 표준인 릴리즈15는 5세대 이동통신 관련 내용이다. 즉, 3GPP 릴리즈8에 포함된 스마트폰 배터리 절감 기술인 C-DRX는 상당히 오래 전에 나온 통신 기술이다.

실제 NTT도코모나 보다폰, 버라이즌 등 국내보다 앞서 C-DRX를 상용화한 글로벌 통신 사업자도 적지 않다. 이동통신 관련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온 국내 이통사의 성과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 세계최초 대신 세계최고 택한 국내 이동통신 품질

국내 이통사들이 LTE 표준이 만들어질 때 나온 C-DRX 기술을 외면해 온 것은 아니다. 2011년 당시 국내 이통3사는 LTE 전국망 구축과 이전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LTE 가입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하지만 국내 통신업계는 C-DRX 기술의 조기 도입이 LTE 데이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난해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 따르면 국내 이통3사의 LTE 서비스 평균 전송률은 다운로드 기준 99.54%다. 배가 다니는 길이나 등산로, 해안도로 등 통신 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을 모두 더한 수치다.

즉 한국에서는 LTE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0.06%의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뉴욕 0.83%, 일본 됴쿄 0.34%, 프랑스 파리 0.72%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C-DRX 기술 특성상 데이터 통신 시간에 일부 제한을 두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LTE 평균 전송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국내 이용자를 고려해 기술 도입에 신중을 기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C-DRX 관련 최적화 기법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던 SK텔레콤 역시 서비스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갤럭시S8 출시 이후 기지국에 확대 적용을 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 전국망 상용화 KT, 데이터 손실률 유지 위해 3천420시간 테스트

결국 국내 LTE 서비스 평균 전송률(데이터 손실률)을 유지하면서도 스마트폰 배터리를 아낄 수 있는 단계의 기술 수준을 확보해야 했다.

KT는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LTE 스마트폰 114종을 가지고 파라미터 도출 73회, 야간 필드 테스트 35회를 진행했다. 이 같은 테스트에 쓰인 시간만 3천240시간에 달한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

품질저하를 막으면서 C-DRX 기술을 전국망에 상용화하기 위해 KT가 도출한 결론은 10ms(밀리세컨드, 1천분의 1초) 동안 단말과 기지국(RU)이 신호를 주고 받고 320ms 간 휴지기를 갖는 방식이다. 10ms 동안 통신을 주고 받은 뒤 추가적인 데이터 송수신이 없다면 320ms 동안 통신 모뎀에 전원이 오프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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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환경이 다르지만, 일본의 NTT도코모처럼 1천280ms의 휴지기를 가질 경우 스마트폰 배터리는 더욱 아낄 수 있지만 통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강국현 전무는 “320ms 수치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사가 파라미터 값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무선 통신 서비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C-DRX 전국망 적용은 KT가 가입자들을 위해 2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네트워크 최적화와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고 강조했다.